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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Oct 18. 2023

할머니들 차림새

끄적끄적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아마 우리 집안 분위기가 그랬던 이유도 크겠지만,

남녀차별은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다.


남자고 여자고 맡은 일이 달랐을 뿐,

자기 자리에서 각자 열심이었고.

여자라고 못 먹거나 못 입거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내 주변 한정해서 말이지.

식당에 가도, 학교에 가도, 차림새를 보아도 여자들이 눌려사는 기색은 특별히 못 느꼈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여러 번 왔던 미국 남자사람이랑 점심에  제법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자기는 서울 올 때마다 점심때 고급식당 가득 거의 여자손님들만 앉아있는 풍경이 신기하다고.

세계 어느 도시를 가봐도 이런 풍경은 없다 하더라.

그래서 나는 밤에 술집에는 남자 손님들이 가득할 거라고 대답했는데.

음, 백화점에도 여자손님들이 가득하기는 하지.

서울은 여자들 파워가 있는 도시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지방으로 가면 달라진다.

젊은 사람들은 서울이나 다름없는데,

백화점에는 실버코너가 없고

고급식당에서 노인 모습 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할머니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골 버스를 탔을 때,

굽은 허리에 물건을 잔뜩 이고 지고 힘겹게 버스에 올라타는 할머니들 모습은 흔하다.

힘든 일이야 할아버지들도 많이 하지만

그래도 외출할 때는 모자에 지팡이 들고 말끔하게 차려입으신 분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

할머니들 행색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전에는 말이다.



지난 2월 순천 여행에서 할머니들 옷차림이 좋아져서 정말 흐뭇했었다.

사실여부는 따져봐야겠지만 내 짐작으로는 꾸준히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는 효과가 아닌가, 싶었는데.

액수가 적더라도 안정적으로 일정하게 들어오는,

본인 뜻대로 쓸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 소득이 참 중요한 것 같다.


할머니들 차림새만 좋아진 건 아닐 거다.

고 단열 안 된 추운 집에서 고생하시다가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다는 어느 할머니의 안부를 전하면서

호텔에 들어갔다고 안심하는 자식을 보려니.

병든 노인에게는 집보다 나은 시설에서 건강 돌볼 수 있고

밥 세끼 앉아서 받을 수 있는 병원을 큰돈 들이지 않고도 갈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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