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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Oct 24. 2023

스스로 생활하기

끄적끄적

유튜브 알고리즘이 주르르 펼쳐놓는 콘텐츠 중에 어느 실버타운을 소개하는 내용이 있더라.

보지는 않았다.

썸네일에 '여기서 생활한 4년 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팔팔해 보이는 노인의 모습이 있었다.

음,

자랑하는 거겠지.

그런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 전부를 남에게 맡기는 동안 본인은 어떤 대단한 을 할까?



실버타운은 수익을 올리려고 입소자가 살아가는데 수반되는 모든 일을 서비스할 수 있다.

식사, 청소, 빨래 같은 기본적인 살림부터,

각종 놀이들, 취미생활, 입주민 단체여행 같은 여가활동까지.

실버타운에 입소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수익 창출할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겠지.

대접받기 좋아하는 노인들은 돈으로 사는 대접을 받으면서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속담을 떠올릴까?

내가 돈이 많아서 이렇게 대접받으니 얼마나 좋아, 하면서 행복한 마음이 들지 모르겠다.


실버타운도 사람 사는 곳이고.

더구나 치열한 생계의 현장을 떠나,

어쩌면 세상에서 고립되어 비슷한 소비력을 가진 무료한 노인들만 모여있는 섬 같은 곳이라.

그곳의 인간관계와 분위기를 못 견뎌서 퇴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동창회가 있고,

출신 지역을 따지고,

재산을 자랑하며.

본인의 과거 생업과 자식 직업으로 급을 나누고.

소비 유형을 주도하는 부류가 있으며,

당연히 무리를 이끌면서 힘을 과시하는 사람과 소외되는 부류가 있고.

은따, 왕따도 있단다.


최소한의 자신을 돌보는 일조차 남의 손에 맡긴 무료하고 건강한 노인들이 뭘 하겠는가?

지금 실버타운 세대가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건강한 시대를 주도했던 연령대가 결코 아니고.

오직 물질적인 성공을 향해 부동산을 들썩여서 재산을 불린,

지독히 세속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왜곡된 가치관과 시끄러운 입만 남았으니,

결코 천국은 아니겠지.



건강 문제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지 않은 다음에는 나이가 들어도 본인 신변에 관한 일은 스스로 처리하겠다고 다짐한다.

살림을 열심히 하면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운동량이 확보된다.

장 보면서 물건들과 시세에 관심을 갖다 보면 세상 흐름에 참여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길 찾느라 머리를 쓰게 되지.


젊었을 때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살아야

나이 들어서도 그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

나중에 잘 하자, 하지만

좋은 나중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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