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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Oct 23. 2023

줄줄이 늘어선 가게들

끄적끄적

서울 거리에는 도로변에 상가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밤에는 가게 조명들로 불빛이 줄을 잇지.

대로변만이 아니다.

주택가 안에도 상가가 있다.

위층은 주택이고 아래층은 상점인 상가주택들.

2,000년 이후 새로 지어지는 대단지 아파트는 단지를 뺑 둘러싸고,

더해서 단지 안, 건물 사이에까지 상점이 들어와 있다.

과하게 많은 가게들을 채우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것이 서울의 풍경이었다.


우리나라도 지방은 그렇지 않다.

대로 변이라도 가게들이 있다 말다 한다.

외국 대도시도 상가지역에나 가게들이 모여있지 서울처럼 주택가까지 가게들이 파고든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그래서 날이 어두워지면 우리나라 지방이나 외국의 주택가는 인적이 끊기고 캄캄해진다.



그런데 요새 서울 거리에 빈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코로나 시절부터 등장하더니 지금은 어딜 가나 흔해졌다.

'임대'라고 써붙인 유리창 안으로 텅 빈 내부가 보이고.

'임대 문의'라 쓰인 커다란 현수막이 건물 전면에서 펄럭이기도 한다.

여전히 가게 문을 열기는 하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가게를 내놓은 숫자는 훨씬 많겠지.

장사를 인수할 임차인을 포기하고 가게를 아예 비우는 건 가게 주인에게 손해가 커서 아마 마지막 선택일 테니까.

중간중간 문 닫은 가게가 있으면 주변 상가는 활력을 잃는다.

가게들이 서로서로 부추기면서 상가가 활성화되는데 하나 둘, 밤에도 불이 켜지지 않으면,

지역은 금세 을씨년스러워진다.


온라인쇼핑이 일반화되면서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소비행태가 변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으나.

무엇보다 현재 우리나라, 특히 소비의 중심지인 서울 경제가 푹푹 가라앉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다.

가게 하나가 문 닫으면,

첫 번째는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에게 재정적인 타격이 있었겠고.

두 번째는 가게를 세주었던 건물주와 임금을 받던 직원들에게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이며.

그 가게에서 창출되는 소득에서 세금을 받아가던 정부에게도 타격이 되겠지.

더해서 가게에 물건을 대주던 도매업, 관련업도 매출이 줄어들 것이며.

이들 전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종도 사업이 부진해지겠다.



이 세상에는 혼자 단독으로 생존하는 사람도, 사업체도 없으니.

누군가의 행위는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나라 상업 환경에서 누구나 자영업이 쉽지 않다는 사실은 알지만,

대다수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선택지마저 붕괴되어 가니 우리 경제는 어디로 가는 걸까?


추위보다 더 무서운 어떤 것이 오고 있다는 느낌.

거대한 무엇이 무너지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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