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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Oct 22. 2023

선물에 대한 감각

끄적끄적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한국에 살았던 외국인이 우리나라 문화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콘텐츠의 일부를 보았다.

가족에게 직접 부대찌개를 만들어 주면서 음식의 유래를 알려주는 중이었다.

그중 '스팸'에 관해 설명하기를,

미국에서는 스팸이 싸구려 식품인데 한국에서는 귀해서 선물로 주고받는 품목이라고 말하더라.


흠,

스팸이 귀하거나 고급이라 선물하는 게 아닌데요.

누구에게나 보편적이라서 주로 단체선물로 선택되는 품목 아닌가요?

비누-치약 세트도, 김 묶음도, 식용유도 명절 때 선물 품목으로 진열대즐비하지만,

그것들이 귀하고 고급스러워서 선물하는 건 아니듯이,

스팸도 마찬가지 거든요.

받은 사람이 싫으면 되팔이도 한다 하고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선물은 실용적인 물품을 많이들 고르는 것 같다.

뇌물이 아닌 담에는 받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먹을 것이나 생필품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돈봉투와 상품권이 선물 1순위가 되는 이유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중국, 일본 모두 돈 담아주는 돈봉투를 따로 팔고.

평범한 흰 봉투에 돈을 넣어주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이나 일본의 돈봉투는 상당히 호사스럽고 화려하다.


서구에서는 돈은 주고받지 않고,

꽃이나 초콜릿 같이, 주는 편이나 받는 편이나 부담되지 않는 소소한 사치품이 선호된다고 들었다.

(요새는 대형마트에서 상품권을 발행하기도 한다고.

액수 단위는 크지 않았다.)

부호들이야 왕방울 만한 보석도 준다지만요.

대체로 생활을 떠난 범주에서 선물을 고르는 서구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어차피 네가 사는 생필품 내가 대신 사줄게, 하는 식인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으니,

외국인이 스팸 선물의 배경을 오해할 수 있겠다.



글로 쓰인 지식은 공부해서 배울 수 있는데,

생활 감각이라는 건 실제 특정한 범주 안에서 오래 살아보고,

이해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익히기 어려운 거라.

이 세상에는 수많은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깊어지는 것이겠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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