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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02. 2023

MZ세대의 책무

끄적끄적

내게는 6명의 조카들이 있다.

모두 MZ세대에 속하는 연령대이다.

우리 형제들이 베이비붐 세대에 속하니까.


조카들을 만나면 이런저런 얘기는 잘 나누지만

사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는 잘 모르겠.

애들 어릴 때야 온갖 얘기를 다 했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 우선 만날 기회가 드물고.

어쩌다 보게 되면 안부 얘기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SNS는 하겠지만 내가 하지 않으니, 뭐.



각 세대마다, 물론 개인차가 크고 지역마다 다르지만,

그 세대가 부딪치는 현실이 있고.

그래서 극복해야 하는 과제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 있다.

우리 부모 세대에게는 제국주의와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폐허에서 삶을 일으켜야 하는 비참한 현실이 있었고.

베이비붐 세대인 우리 또래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탈출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살았으며.

우리 자식 세대인 MZ세대는 빈곤에서 벗어난 사회에서

물질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랄 수 있었다.

반면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되어서 부모 세대보다 어려운 환경에 놓였고,

경제적으로나 환경 문제에서나 미래에 대한 낙관기가 쉽지 않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지,

중국에서는 이것저것 포기하고 바닥에 누워버렸다는 탕핑족이 있고,

일본에서는 아예 득도를 해버렸다는 사토리족이 있단다.

우리나라의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논쟁도 같은 맥락이겠지.


내가 젊었을 때를 돌아봐도 그 나이에 사회적인 시각에서 개인사를 생각하기는 어렵다.

나만의 문제,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그런데 살다 보면 내가 속해있는,

외면을 해도,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결코 떨쳐낼 수 없는 이 사회가 좋아져야 내 삶이 평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정당하고 착한 사회여야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좋은 마음으로 성실하게 바른 일을 해도

누가 새치기 하거나 힘으로 엎어버리는 게 용납되는,

규칙 없는 약육강식 사회라면

좌절하거나 기회주의자가 되거나 지독해지거나 사악해지거나,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나는 거지.



나는 MZ세대가

개인별, 지역 별, 계층 별로 빈부격차가 크고,

끼리끼리 단절되었으며,

지구 환경을 망쳐놓아 결과적으로 삶의 생태계를 황폐화시킨,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부모세대를 극복하기 바란다.

개인적인 부유함 못지않게 부의 정당성을 고민하고.

편리함과 낭비에 젖은 생활 습관을 극복해서 생태계를 복원하며.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서 마침내 찾아내기를 바란다.


고난을 회피하면 사토리족,

고난 앞에서 무너지면 탕핑족이 되며,

투덜투덜 세상을 원망하면 흙수저 타령만 부르게 되니.

고난의 의미를 생각하고 고난을 극복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함께 잘 살기를 꿈꾸자.

확장에 대한 열망으로 지구를 망쳐버린 베이비붐 세대를 넘어서,

공정과 공존이 MZ세대의 시대정신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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