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냉장고 크기

음식에 관한 단상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우리나라는 대형냉장고가 대세가 되었다.

미국 가정에서 대형냉장고를 사용하고 팬트리에 식료품을 쌓아둔다는데.

미국 가정은 대부분 맞벌이라서 주말에, 먼 거리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한꺼번에 많은 장을 보기 때문에,

또 먹는 양도 많고 집도 넓으므로,

식료품을 저장할 큰 냉장고와 별도의 저장공간이 있을 만하다.

유럽이나 일본 가정에서 사용하는 냉장고는 우리보다 작다.

미국만큼 주택이 넓지 않고,

장보기가 수월한 편이라 그럴 텐데.

집 크기도 작고 장보기에 더없이 편리한 우리 가정에서는 갈수록 냉장고가 커진다.

더해서 김치냉장고도.



내가 살림해 보니 대형냉장고가 꼭 이득이라 할 수는 없다.

식구가 많으면 큰 용량이 필요하겠지만,

한두 사람 가정에서는 먹는 분량이 많지 않고,

아무리 주부라 해도 냉장고에 있는 모든 식품을 일일이 파악하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한참 지나 상한 뒤에나 발견되지.

냉동고 안은 더 알기가 어렵다.

묶음으로 싸게 파는 찬스에 혹해서 잔뜩 사들이는데,

그걸 다 먹기 전에 또 다른 구매의 유혹을 받는다.

식료품은 계속 쌓이고,

식구들이 먹는 분량은 뻔하다.


그러니 대형냉장고만 고집할 게 아니라 식구 수에 맞춰서,

식습관을 봐가면서 냉장고 용량을 결정하라 권하고 싶다.

냉장고가 작으면 용량의 제한이 있으니 장을 볼 때 꼭 먹을 식료품만 구입하게 되고.

냉장고에 있는 식품을 모두 파악하니 사들인 식품을 버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다.

식료품 순환이 빨라서 싱싱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두기보다 먹을 만큼만 요리해서 깨끗이 먹어치울 수 있다.

선순환.



집을 나서면 온갖 가게들이 즐비하고,

영업시간이 길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당일 배송되는 놀라운 쇼핑 환경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자리를 차지하고 전기를 소모하는 식품 저장시설을 반드시 집집마다 크게 크게 갖춰야 할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형냉장고와 대형 김치냉장고보다,

내 식습관으로 볼 때 우리 집에는 간식만 넣어둘 소형 냉장고가 따로 있는 편이 낫겠다.

간식이랑 다른 식품을 같이 두면 아무래도 음식 냄새가 배기 때문에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절망에 갇힌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