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09. 2023

내가 요리하는 방식

음식에 관한 단상들

나는 요리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다.

입맛은 무던하지 않은데 손은 둔하다.

부모님 품에서 나이 예순이 되도록 살았으니,

마흔 살이 넘을 때까지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을 먹고살았다.

내가 살림을 이어받은 뒤에도 명절이나 제사, 김장은 어머니가 나서고 나는 심부름만 했음.

 

달랑 두 식구 음식에다

부족해도 무한정 이해해 주시는 어머니와의 밥상이었으니.

나는 또래들에 비해 음식을 만든 양과 횟수가 절대 모자란다.

매일매일 경험 부족을 실감하지.

일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



혼자 먹는 분량이 많지 않은 데다 같은 반찬을 여러 번 먹지 않아서 그때그때 조금씩 만들어 먹는 편을 선호하지만.

집안일 몇 시간 하면 하루가 다 가기에,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한꺼번에 음식을 준비해 버린다.

그러니까 미리 며칠 치 식단을 짜서 필요한 장을 보거나 주문하고.

재료를 씻고, 자르고, 밀폐용기에 넣어둘 것은 넣고,

당장 조리할 것은 조리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준비해 두면 밥상 차리기가 훨씬 쉽다.


다음 며칠은,

구운 두부에,

삶은 계란과 게맛살, 절인 오이, 사과, 양파가 들어가는 샐러드에 .

미역국과 고기,

함박스테이크, 연근 들깨샐러드,

꽁치 통조림으로 만드는 꽁치조림으로 식단을 짰다.


그래서 오늘 남은 카레라이스에 열무김치, 오징어 볶음으로 저녁을 먹은 뒤에 부엌을 싹 치우고 나서.

재료를 다 꺼내놓고,

칼, 도마, 믹싱볼에 채와 냄비, 밀폐용기까지,

모든 필요한 조리도구를 다시 헹구어 일렬로 줄 세운 뒤에.

계란 다섯 알을 삶고,

오이는 얇게 저며서 절이고,

양파는 채를 썰고,

사과는 얇게 저몄다.

시중에서 파는 멸치육수 제품으로 미역국을 끓이고.

두부는 먹을 때 한 모를 모두 잘라 구운 뒤 반씩 나눠먹을 생각이며.

연근은 얇게 저며서 여러 번 씻은 뒤 식초 물에 담갔다 데쳐서 밀폐용기에 담아두고,

들깨가루를 넣은 샐러드드레싱을 만들어둔다.

불고기는 먹을 때 익힐 것이므로 간장양념만 만들어 두고.

꽁치조림에 넣을 양파와 고추, 파를 손질해 밀폐용기에 .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등을 넣은 꽁치조림 양념을 만들어 두었다.

밥도 했지.

전기밥솥이 아니라 작은 솥에 밥 한다.

함박스테이크는 냉동제품을 사두었으니 먹을 때 미니오븐에 구우면 된다.



가급적 조리도구를 적게 쓰도록 조리 순서를 궁리하고.

연근을 데치는 동안 타이머를 맞춰 두고 다른 재료를 손질했으며.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할 때는 빠트리는 게 없도록 미리 메모해 둔 내용을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다른 능숙한 주부들과 달리 거창하게 요리하는데,

나는 이런 방식이 편하다.

아우,

며칠 치 밥상은 해결했다.

매일매일 가을 구경을 다녀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밥 시리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