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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15. 2023

추운 날 밥 먹기

음식에 관한 단상들

몇 해 전, 연 가까운 어느 추운 날이었다.

낯선 동네에 갔다가 곧장 집으로 오지 않고

일부러 그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함박스테이크 가게에 갔다.

덜덜 떨면서 식당에 들어섰는데 너무나 썰렁한 실내.

먼저 온 손님이 있고 저녁 6시쯤이었는데 도대체 난방기가 돌아는 가는가, 싶더라.

시멘트와 유리 같은 차가운 인테리어라서 더 춥게 느껴졌겠지.


롱패딩을 벗지 못한 채 모둠샐러드와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하고 벌벌 떨면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음식은 내용물이 충실하고 맛도 괜찮았지만 두툼한 외투를 입은 채 추워하면서 밥 먹은 기억이 좋을 리가 없다.

내가 식당을 나올 무렵 손님들이 더 들어찼지만 실내 기온이 더 올라가지는 않았다.

언젠가 점심 영업이 끝나갈 무렵 들어갔던 갈비탕집도,

미지근한 국물에 추운 실내 온도로 영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다.



밥 먹는 행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추운 날 밥 먹는 곳이라도 따뜻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꺼운 외투는 벗어놓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느긋하게 식사를 음미하고 싶다.

집에서는 밥 먹는 곳에 부분 난방이라도 한다.

밥 먹는 시간에는 이런저런 걱정근심 다 내려놓고 따뜻하고 편안하게 밥 먹고 싶다.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는데 말이지.


처음 추위가 닥칠 무렵이면 실제 기온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아직 몸이 추위에 적응하지 못했으니

장갑, 목도리 두르고 내복바지까지 외출합니다.

이번 겨울,

경기는 나쁘고 물가는 올라 식당 운영이 몹시 힘들거라

실내온도까지 높여달라는 주문은 차마 못하겠지..

추운 채 외투를 입고 어깨를 웅크린 채 밥을 먹어야 하는 겨울.

이런 일이 사람을 서글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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