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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22. 2023

버스에서 바라본 풍경

끄적끄적

한동안 매일 나갈 일이 있어서 몸이 몹시 힘들었다.

몸이 힘들면 마음도 따라 지치고,

부실한 몸 상태로 청소와 정리정돈을 제대로 못하니  지러운 집안 풍경으로 또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 저질체력을 어쩐단 말이냐.



그렇게 피로하던 어느 날,

버스 타고 아무 생각 없이 바깥풍경에 시선을 던지던 중이었다.

어느 정거장 앞 식당에 커다란 현수막이 펄럭거리더라.

식당 주인이 결혼하게 되어 20일 정도 식당 문을 닫는다고.

당사자들인지 커플의 웨딩사진까지 들어있는 노란색, 파란색의 명랑한 현수막이었다.

식당 주인의 행복한 기분이 펄럭펄럭 날아와 버스 안에 있는 내게까지 전해지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주인이 식당 문을 열면,

찾아온 단골손님들이 왁자지껄 축하인사를 건네며 주문을 잔뜩 하고.

식당 문을 나서기 전에 작은 선물이라도 전해서 주인의 희망 찬 미래에 동참하는 상상을 해봤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그리고 몇 정거장 지나서 다시 정거장에 버스가 섰을 때

의자에 할머니 세 분이 나란히 앉아계셨다.

각자 옷차림은 달랐지만 다리 사이에 세운 지팡이에 양손을 얹고,

다가오는 버스를 따라 고개가 돌아가는 동작이 똑같았다.

할머니 세 분 모두 하얀 운동화를 신었는데 신발이 얼마나 하얗고 깨끗하던지,

몸관리를 너끈히 해내시는 건강한 모습들에 기분이 흐뭇해졌다.


버스를 내릴 즈음 버스가 교차로 신호등에 서있을 때,

어느 할머니가 불편한 걸음걸이로 비틀비틀 서둘러 걸어가고 계셨다.

다행히 옷은 따뜻하게 입으셨는데 머리는 봉두난발,

시선은 허공에, 예사롭지 않은 얼이 빠진듯한 표정이었다.

저 할머니 몸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할머니 정신은 어디를 헤매고 있는가, 싶다가.

혹시 길을 잃은 건 아닐까,

무작정 거리를 돌아다니시는 건 아닐까, 염려되면서.

아무쪼록 별일 없기를.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되었다.



다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세상을 살아간다.

희망으로 벅차오르기도 하고.

단정하게 자신을 여미기도 하다가.

때로는 정신줄을 놓고 질곡을 헤맬 수도 있지.

모두가 우리의 모습.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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