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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25. 2023

이웃집에 할머니가 혼자 사신다

끄적끄적

이웃해서 할머니가 혼자 사신다.

7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깔끔하고 얌전하신, 정정한 분이다.

마주치면 고개만 까딱 인사했었는데

언젠가부터 할머니가 우리 집 현관 앞에 서 계시는 빈도가 높아졌다.

벨을 누르고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거다.

먹을 것을 손에 쥐고.



나는 이웃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오다가다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나 하고

아이들에게는 예쁘다고 덕담하고,

기껏해야 날씨 얘기 나누는 정도.

그렇게 얼굴만 알고 지내고 싶다.


친구들끼리 한 동네에 살아서 매일 밥도 같이 해 먹고 여행도 다니면서 재미있게 살자, 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여러분들끼리 잘하세요, 나는 빼고요,라고 부르짖는다.

나는 결코 무던한 사람이 아니에요.

한 예민하는 나를 왜 모르실까, 안타깝다.

나는 심심할 때가 없고,

설사 있더라도 혼자 재미있을 무언가를 찾지,

다른 이들과 어찌해 보겠다는 선택지는 절대 없다.



혼자 사시는 그 할머니는 매일 이웃에 사는 자식 집에도 가고,

동네 교회에도 나가신다는데.

그래도 심심하신 건지.

오, 싫어요, 할머니.

나는 종일 입 다물고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이랍니다.

제발,

우연히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만 나눠요,

나와의 친분은 기대하지 마세요 ~~~~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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