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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15. 2023

집 안 정돈-최후의 보루

끄적끄적

외출이 잦아지면 몸과 마음이 피로하고,

지친 심신은 그대로 집에 반영된다.

꺼낸 옷과 가방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여 옷걸이에 포개어 걸쳐두고,

빨래거리가 쌓이거나 세탁한 빨래도 가래지지 못한 채 건조대에서 바싹 말라가고 있으며,

바닥은 말끔하지 못하다.


침실, 부엌, 현관만 말끔하게 정리했다.

내게는 이 선이 최후의 보루,

다른 곳은 눈 질끈 감고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던 거다.



사람 사는 집은 인테리어 잡지의 스틸사진처럼 늘 깔끔하게 정돈되기가 쉽지 않다.

동선을 따라서 물건이 들락거리고,

쌓이고,

흐트러진다.

옷이, 그릇이, 먹을 것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머리카락들이 살살 날아다니지.

사 먹는 생수와 택배가 일상이 되다 보니 어느 집이나 이름표 붙은 택배상자와 생수통, 포장재가 쌓여 있을걸?

택배를 받아 현관에서 박스를 열어 주문한 물건은 꺼냈지만.

반짝반짝 눈을 빛내면서 새 물건을 손에 들고 냉큼 집안으로 들어간다.

이름표가 붙은 택배상자와 거칠게 뜯은 포장재는 현관에 남긴 채.

곧 정리해서 집밖으로 내보내야지, 생각은 하겠지만.

아 몰라,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해야지,

어질러진 현관은 외면하고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버리는 거다.


사람이 쓰고, 사고, 소유하는 물건들은 수시로 들락거릴 뿐 아니라 모양도, 크기도 각양각색이어서,

그 모든 것들을 항상 일목요연하게 정돈하기는 어렵다.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돌리는 데는 일일이 사람 손을 요구하기에,

안 그래도 피곤한데요?



집 어느 곳은 당장 쓰지 않는 물건을 쌓아두는 곳으로 만들어야 다른 공간을 말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창고나, 다용도실 또는 작은 방 하나.

원룸이라면 문이 닫히는 벽장이나 하다못해 가림막을 해서라도 물건 쌓아둘 자리를 만들어야지.

그곳에다 여분의 물건 또는 당장 정리할 수 없는 물건들을 꽉꽉 채워놓고,

다른 공간은 보기도 좋고 쓰기도 좋게 정돈하는 거다.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공간만이라도 기필코 깔끔하고 기능적이며 보기에도 좋게 정리 정돈하고,

깨끗하게 청소하자.

너무 힘들어서 집 전체를 말끔하게 정리 정돈할 수 없다면,

어느 한 공간이라도 오아시스를 만들자.

아이들 키우고 직장 다니느라 집이 난장판이어도,

침실이나 작은 방 하나라도 고요하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어지러운 집안꼴에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

문을 열면 순간이동이라도 하듯

삶의 전장에서 고요한 천국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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