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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12. 2023

멸치볶음 만들기

음식에 관한 단상들

나는 밑반찬을 잘 먹지 않는데 멸치볶음은 종종 만든다.

김이랑 계란프라이, 김치에 멸치볶음이면 따끈한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울 수 있고.

밥이나 국수에 잔잔한 지리멸 볶음을 넣어 참기름, 고추장으로 비벼도 맛있다.

김밥, 주먹밥에 넣어도 맛있지.


몇 번 시중에서 파는 멸치볶음을 사봤는데 싸나 비싸나 모두 실망스러웠다.

사 먹는 반찬 중에 괜찮은 것도 있지만 멸치볶음은 좀 아니더라.

비리거나 기름이 흥건하거나.

왜 그럴까?


솜씨 있고 능숙한 분들이 만들겠지만 멸치볶음은 대량생산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우선 좋은 멸치를 쓰지 않겠지.

생산된 지 오랜 멸치일수록 비린내와 쩐내가 심하다.

그러니까 재료의 품질이라는 원초적인 문제가 있다.

나는 지리멸 말고는 멸치의 머리와 꼬리, 내장을 싹 떼버린다.

이건 나 먹을 분량 조금만 만드니 가능하

대량으로 만들면서 멸치를 일일이 손질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원가 문제 더해 제조 과정에도 한계가 있겠.

멸치를 양념하기 전에 적당한 온도로 달군 마른 팬에서 적절하게 볶아내어 비린내를 제거하고 멸치의 구수한 맛을 살린 뒤에,

멸치마 양념을 골고루 묻혀야 맛있는 멸치볶음이 완성되거든.

하지만 상업용 멸치볶음은 커다란 팬에 멸치를 잔뜩 쏟아커다란 도구로 양념을 섞는데,

작은 멸치 한 마리, 한 마리에 제대로 양념이 되겠는가.

그릇 바닥에는 기름이 고이고 위에 있는 멸치에는 기도, 양념도 그저 스쳐가겠지.



다른 반찬은 몰라도 멸치볶음은 집에서 해 먹는 편이 낫다.

정성과 시간이 요구되고 경험도 있어야겠지만,

조리 자체는 어렵지 않다.

질이 괜찮은 싱싱한 멸치를 사서 흥얼흥얼 음악 들으면서 머리, 꼬리, 내장을 떼내고.

기름 두르지 않은 마른 팬에 멸치를 살짝 볶은 뒤에-

전자레인지에 잠깐 돌릴 수도 있는데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음- 덖은 멸치를 덜어내고.

(요 단계의 멸치를 그냥 먹어도 맛있다. 고추장 콕 찍어서요~)

팬에 기름 둘러서 따끈하게 데운 뒤에 멸치를 볶으면서 기름을 골고루 묻힌다.

여기까지는 공통적인 기본 과정이고.

이후,

1) 팬의 불을 끈 뒤에 미리 준비한 양념을 넣어 잘 섞어도 되고.

2) 팬에 양념을 끓이다가 멸치를 넣어 잘 섞어도 되며.

3) 마른 멸치가 든 팬에 불을 켠 상태에서 양념을 붓고 휘리릭 재빠르게 볶아낼 수도 있다.

능숙한 분들은 팬에 멸치가 있는 상태에서 간장, 설탕, 술, 때로는 고춧가루를 따로따로 넣으면서 멸치를 볶아내지만,

나는 불고기도 그렇고 볶음 요리도 미리 간장, 설탕, 청주 또는 매실액 같은 양념을 모두 섞어 미리 양념장을 만들어 두었다가,

볶을 때 재료에 양념장을 나눠가며 잘 섞다.


고추장 양념 멸치볶음도 전처리 과정은 동일하고,

덖은 멸치에 불을 끄고 고추장을 추가한 양념으로 싹싹 버무립니다.

마지막에 참기름, 참깨 톡톡.

나는 멸치볶음에 잘게 썬 매운 고추를 넣어 깔끔한 맛을 내거나,

얇게 저민 아몬드나 호두 조각을 더해 고소한 맛을 더하기도 한다.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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