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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26. 2023

손쉽게 차려먹은 아침밥, 50편, 미역, 고구마, 계란

음식에 관한 단상들

늦은 아침이다.

일요일은 즐겨야 하므로 따뜻한 이불속 아침을 한껏 누렸다.

겨울에는 역시 이불 안이 좋아.

그냥 누워만 있기는 왠지 미안하여

팔다리를 쭉쭉 뻗어 스트레칭도 하고,

하나 둘 셋... 복식호흡도 하면서.

나는 세월을 버리는 게 아니다,

뭔가 하고 있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보리차를 불에 올리고 냉장고를 여니 밥이 없네.

나는 밥 없이도 밥을 잘 먹으므로 주섬주섬 먹을 것들을 꺼낸다.

미리 준비해 둔 자의 손쉬운 아침밥.


자른 미역은 물에 불려서 물기를 걸러 통에 담아두었다.

어제저녁에 오리고기 넣은 월남쌈을 해 먹느라 여러 가지 채소를 손질해 밀폐용기에 담아두었지.

고구마 하나는 씻어서 툭툭 잘라

실리콘 뚜껑으로 덮는 전용 용기에 넣어 전자레인지에 돌리고요.

구운 계란 하나는 껍질을 벗겼다.


그러니까 미역, 양파, 파프리카, 오이를 넉넉하게 덜어낸 초고추장과 한 접시에 놓고요.

익은 고구마와 구운 계란은 다른 접시에 담았어요.

펄펄 끓은 보리차 한 잔 호호 불어 마시면서

시원한 미역이랑 채소는 새콤한 초고추장에 섞어 먹고요.

뻑뻑한 고구마 한 입,

쫄깃한 계란 한 입, 그렇게 반복 또 반복.


디카페인 커피 내려서 카스텔라 한쪽이랑 먹고.

역시 어제저녁에 잘라두었던 과일통에서

배 몇 쪽, 사과 두어 쪽, 오렌지 몇 쪽 꺼내 먹었습니다.



하늘은 낮고 흐린 음울한 11월.

철새는 돌아가고

곧 매서운 추위가 닥치겠지요.

지금도 추운데 말입니다.

난방 온도 더 높여서 오늘 남은 시간도 이불속에서 뒹굴거릴래요.

일요일은 일요일답게 보내자!

바쁘게 지내는 건 내일부터 하기로.


하, 그런데

나는 번번이 일을 미루기만 한다는 불편한 느낌이 왜 사라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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