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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an 03. 2024

아직도 분량이 가늠 안 돼!

음식에 관한 단상들

혼자 산지 4년이 넘었다.

나 혼자 먹을 음식만 만드는데 여태도 정확한 분량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재료도 그렇다.

손질해 둔 재료를 아깝다고 다 넣으면 음식을 망친다는 주의라,

특히 곁들이 채소들이 늘 남는다.



같은 음식 연속해서 먹기 싫어하고,

밑반찬만 늘어놓고 밥 먹는 것도 싫어해서,

점심이나 저녁에는 반찬 한 가지 푸짐하게 놓고 김치나 장아찌 정도 더해서 밥을 먹는데.

주요리를 딱 한번 먹을 만큼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찌개 하나를 끓여도 들어가는 재료가 여러 가지이니 최소한 작은 냄비 하나는 끓이게 되고.

볶음을 해도,

국을 끓여도,

불고기를 해도 한 번 먹을 분량은 넘어버린다.

음식을 만든 뒤에 먹을 만큼 덜어놓고 남은 음식은 밀폐용기에 담아두는데,

그 분량은 한 끼 반찬으로는 좀 모자라지.

그렇게 며칠 동안 고기나 생선으로 만든 주요리가 조금씩 남아 냉장고에 들어가고.

며칠 지나면 먹고 남은 반찬통들이 냉장고에 층층이 쌓인다.


그렇게 애매모호하게 남은 반찬들을 버릴 수는 없으니,

날을 잡아 꺼내 먹는데.

먹으면 또 맛있다.

당연하지.

내 입에 들어간다고 좋은 재료로 심혈 기울여 만든 음식이니.



오늘 낮에도 딱 한 젓가락어치 남은 고사리 장아찌를 작은 반찬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냉장고에는 어제 남은 된장찌개 반 통,

구운 명란젓 한 가닥이 잠들어 있네.

건더기는 건져먹어 거의 국물만 남은 된장찌개에 멸치육수 조금 붓고 차돌박이에 두부랑 고추, 버섯 넣어 한소끔 끓이고.

고사리 장아찌는 똑 떨어졌으니 무 장아찌 조금 더하고.

차갑게 식은 구운 명란젓 데워서 오늘 저녁밥을 해결해야겠다.


막상 먹으면 맛있는데 말입니다,

조금씩 남긴 반찬은 왜 먹기가 싫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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