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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an 22. 2024

추운 날 집에서 하는 일

끄적끄적

한파가 닥친다는 예보가 있었다.

동안 집에서 꼼짝 못 하겠구나, 싶어 미리 추운 날을 비했다.

미리미리 무거운 생수와 과일은 주문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여러 권 빌려놓고,

나가서 빵과 고기를 사 왔다.

그렇게 동굴 생활을 착착 준비했지요.


집에 있다 해서 종일 뒹굴뒹굴만 하지는 않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집안일을 한다.

외출이 잦으면 몸이 힘들 뿐 아니라

마음이 들떠서인지 집안일을 제대로 못하거든.

나는 며칠 연속해서 집에 있어야 마음 차분하게 집안일에 집중할 수 있더라.

더구나 이렇게 추워서 난방을 많이 하게 되니,

밥값은 해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치솟아서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음.



무는 손가락 모양으로 길쭉길쭉하게 잘라서 설탕에 재워 수분을 빼는 사이에,

청, 홍고추는 손가락 마디 정도로 똑똑 자른다.

장, 식초, 매실액, 생강, 통후추, 술, 물 등등 재료로 장아찌 간장을 끓여서 식힌 뒤에,

제법 수분 빠진 무의 설탕을 털어내고 남은 물기를 짜서

손질한 고추와 함께 유리병에 넣고 식은 장아찌 양념장을 붓는다.

끝!

사흘쯤 지나면 맛이 배겠지.


배송받은 포기김치는 먹기 좋게 썰어서 밀폐용기 한 통 채우고,

나머지는 도톰한 삼겹살을 넣어 국물 자박하게 김치찜인지 김치찌개인지, 어중간하게 끓였다.

군침 도는군..


뜨끈뜨끈한 국물을 훌훌 먹고 싶어서 미역국도 한 냄비 끓인다.


* 미역국 쉽게 끓이기-

멸치, 다시마, 양파 등등을 넣어 끓인 육수에 기장미역으로 푹 끓인 미역국이 정말 맛있지만,

오늘은 쉽게 가기로.

'자른 미역'을 넉넉하게 물에 불려서 씻어내고.

물기를 짜서 반은 밀폐용기에 눌러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 반찬이나 샐러드 용도, 또는 다음에 미역국 끓이거나,

나머지는 미역국을 끓인다.

냄비를 달군 뒤에 들기름 둘러 다진 마늘 넣고요.

(요 다진 마늘도 마트에서 사 온 큐브 모양의 냉동제품임),

불린 미역을 달달 볶아요.

중간에 간장 조금 부어 미역에 섞이도록 더 볶아주다가 끓는 물 넉넉히 붓고.

시중에서 파는 '한알 육수'를 국물 양에 맞도록 몇 알 넣어준다.

환 모양으로 뭉친 이 육수는 매우 편리해서 가끔 쓰는데 내게는 비린내가 느껴지므로 청주 조금 뿌리고요.

맛이 날 때까지 끓이면 완성!

깊은 맛은 없지만 맛있게 먹을 만은 하죠.

추운 날 아침에 뜨끈뜨끈한 미역국을 홀랑 홀랑 떠먹으면 몸이 따듯해지는 느낌.


잼을 만들려고 냉동실에는 냉동 블루베리가 대기하고 있고.

무말랭이 넣어 오징어채 볶음을 만들려고 무말랭이와 진미채도 선반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에 만든 땅콩조림을 맛있게 먹어서 또 만들려고 생땅콩을 사두었다.

생각 같아서는 다용도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두고 수제비를 끓이고 밀전병을 굽고 싶은데...

이 같은 열의가 한파 내내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추워도 사회는 돌아가야 하니까 다들 출근하겠지요.

독감, 코로나가 여러 사람 괴롭히는 듯하니 건강 주의하시고.

지구에 너무 많이 미안하지 않을 만한 선에서 가급적 따뜻하게 지내시기를.

여기저기서 정전 소식이 들리던데 이 한파에 정전이 된다면 도무지 답이 없겠습니다.

전기 없으면 가스난방도 작동되지 않겠네,

양초, 고체연료는 있습니다만, 걱정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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