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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an 27. 2024

추위가 풀린 주말에

끄적끄적

맹추위가 물러갔다.

지난 주말부터 꼼짝없이 집에 붙박여있던 나도 오늘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점심을 잔뜩 먹고는 솜덩이 같은 롱패딩을 두르고,

칭칭 목도리를 감고,

머리에는 비니를 뒤집어썼다.

눈사람 위에 동그란 도토리알 꼽아놓은 모냥새.

에혀~

보름달 같은 내 얼굴에 비니는 안 어울리는데 그래도 쓴다!



집을 나왔지만 갈 데가 있나.

카페에 가서 책을 읽자.

걷고 싶어서 일부러 거리가 있는 카페까지 가기로 한다.

며칠 동안 갇혀있던 강아지들이 죄다 길에 나왔는지,

여기저기 강아지들이 깡충깡충 뛰어다니네.

내가 웃으면서 쳐다보면 까만 눈동자를 동그랗게 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길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나처럼 추위가 가신 거리가 그리운 거겠지.


카페에는 빈자리 없이 사람이 가득하다.

웅성웅성.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

밀크티와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두리번두리번하다가

때마침 일어나는 사람이 있어 내가 좋아하는 구석자리, 작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티를 홀짝이면서 책을 읽다가,

휴대폰을 손에 들고 무료 게임을 하거나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면서

오물오물 샌드위치를 뜯어먹었는데.

밀크티는 쌉싸름한 홍차 맛이 거의 없이 우유의 들큼한 맛만 혀끝에 남았고.

햄과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왜 이렇게 달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음식 맛에 투덜거리면서 책 몇 쪽을 간신히 읽어낼 때,

 테이블 처자가 일어나면서 청춘 남녀가 새로 앉더라.

지금껏 시끄러워도 전혀 상관없었는데 갑자기 둘이 하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네.

형을 선고받은 지 오래된 사형수들의 형을 집행하느냐, 하는 무거운 주제로 남녀는 상반된 의견을 피력하는 중이었다.

내게 무심한 주제였으면 더 큰 목소리여도 귀를 스쳐갔을 텐데,

나도 관심이 없지는 않은 문제여서인지 자꾸 내용이 들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와 목도리를 두르고

짐을 챙겨 들고 어두워진 거리로 나왔다.

중간에 다이소에 들러 이것저것 들추다가 설에 쓸 포장재 몇 가지 사서 배낭에 집어넣고,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온다.

잔뜩 껴입은 옷은 과했고,

그래서 집에 도착했을 때는 뺨이 상기되고 목덜미에 땀이 살짝 배어있었다.


1월도 다 갔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맨날 한다.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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