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1927, 미국- 꿈과 황금시대>, 빌 브라이슨 지음, 오성환 옮김, 까치 출간,
책을 읽어 좋은 점은,
실생활에서 마주치기 힘든 천재들의 재능과 만난다는 점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렴풋이 알아내거나 대체로 오해하는 세상을 천재들은 세세히 파악하고.
핵심을 꿰뚫어 보면서
앞날을 미리 내다보기도 하고.
얽히고설킨 미로 같은 세상사의 낱낱에서 시대를 표상하는 굵은 줄거리를 끄집어낸다.
천재라 일컬어지는 사람들 중에는 예술적으로 뛰어난 사람도 있고,
엄청난 정보량을 기억해서 분류, 정리하는 사람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을 용광로에다 쏟아부어서는 짧게 정리된 결론을 내는 경우도 있다.
천재라 해서 똑같은 재능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동시에 천재들이 꼭 세상의 착한 부분에 재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라서
악을 퍼뜨리는데 재능을 실컷 활용하기도 한다.
빌 브라이슨이 쓴 <여름, 1927, 미국- 꿈과 황금시대>라는 책을 읽었다.
빌 브라이슨은 백과사전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천재과 같다.
책에 인용된 참고서적만 해도 수백 권은 훌쩍 넘어갈 것 같은데 그 모든 내용을 기억하고 분류하며 검증해서 가장 핵심이 되는 큰 줄기를 우리에게 이 책에서 내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패권국가로 확실하게 올라선
미국의 황금시대 1927년에 일어난 몇 가지 사건들을 이 책은 파고드는데.
부와 기술과 과학이 정점에 이르러서 미국의 영광과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자동차가 생활필수품 지위에 오르며
갑부들이 신기술을 시도하는 동시에 서슬 퍼런 금주법 뒤에서 불법이 판을 치고 불륜이 살인으로 이어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그 시대에 발생한 대표적인 일들을 고구마줄기 캐듯 시간을 오르내리면서 곁가지들과 이면과 뿌리를 샅샅이 파내려 가 1927년에 표면화되기까지,
그 과정과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물론 책에서 다룬 분야는 그 시절 미국의 일각일 뿐이고 보통사람들은 우르르 구경거리를 찾아 몰려드는 군중으로만 등장하지만.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비행이나 베이브 루스의 홈런 신기록에 환호성을 내지르며,
신문물을 소비하고,
뮤지컬과 토키영화에 열광하는 것으로 미국의 영광에 동참했다 말할 수 있겠지.
지은이는 초고층빌딩이 쑥쑥 올라가던 미국의 막대한 부와 무모하기까지 한 인간의 도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어리석은 지도자들과 미처 돌아가는 공권력의 남발도 지적한다.
그러나 이토록 화려했던 시기는 이미 붕괴의 씨앗을 품고 있어서
2년 뒤인 1929년 미국 경제는 급격하게 무너지고.
1927년 부와 명예를 누리던 사람들 상당수가 파산했으며,
그중 몇몇이 '무명의 빈민'으로 사망하게 되는 결말까지 지은이는 집요하게 따라간다.
지은이가 평가하는 1927년의 면면 중 그 시기가 혐오의 시대이기도 했다는 점이 내게는 인상적이었다.
KKK단이 날뛰고 우생학을 내세우며 인간을 구분 짓고 차별했다.
이러한 생각은 독일의 나치에게로 이어져 세계사의 비극과 참상으로 이어진다.
우리 사회도 나날이 혐오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혐오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사악한 무리가 있다.
지금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