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웃집 식물상담소>를 읽었다.
(신혜우 지음, 다산북스 출판)
대화 형식으로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말과 위로"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식물에 관한 일반의 인식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지은이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진다.
생명체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지, 반성하게 되었다.
식물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 지은이는 공감받지 못했던 성장기의 경험을 토로하는데,
오롯이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취향 또는 감각을 가진 사람으로서 격렬히 공감되더라.
유치원 때 식물도감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이질풀이 우리 집 옆 수로에서 갑자기 피어난 걸 발견했다. 뛸 듯이 기뻤지만 그걸 친구에게 말한 적은 없다. 이미 그때부터 친구들이 식물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고무줄, 공기놀이, 사방치기, 비석치기 같은 놀이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잘 어울렸지만, 그 친구들과 식물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112, 113쪽)
어릴 때부터 식물에 유난히 관심이 깊었던 지은이는 일찍이 식물에서 받는 감동과 느끼는 희열은 혼자만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말한들 공감받을 수 없는 사항이니 굳이 입밖에 내지 않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책 읽기를 좋아했고 책에서 얻은 지식이나 기쁨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지만 누구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나의 기쁨이 곧 타인의 기쁨은 아니더라, 사실을 알았으니 책에서 받는 감동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가만히 관찰하면서 오히려 그들의 취향에 맞춰 주었다.
심지어는 위악적이기까지 해서
여학생이 적었던 대학시절에 그저 '부모 잘 만난 운 좋은, 생각 없는 애'이기를 바라는 주변의 시선에 맞도록,
나는 바보야, 하는 표정으로 헤헤 웃고만 다녔다.
남들이 어찌 보던 아무 상관없었다.
나는 나의 세계에서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왜 소통하려들지 않았나?, 물으신다면
맞습니다.
오만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를 솔직히 표현했을 때 돌아오는 무례함이 싫었다는 말은 할 수 있다.
식물학자는 어린 식물애호가의 고충을 전하는데,
식물을 관찰하고 키우면서 즐거워하는 초등학생이 자신이 느끼는 기쁨을 나누고자 친구들에게 꽃씨를 나눠주었다.
대부분 어리둥절 받아두거나 슬며시 버리거나 했는데
면전에서 꽃씨 봉투를 갈기갈기 찢어서 던지는 아이도 있었다.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다.
특별히 나쁘지 않은 아이여도 그런 일을 한다.
아마 나도 모르게 그런 잔인함을 누구에겐가 주었을 수 있다.
혼자만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행운일지도 모른다. 당장은 함께 좋아할 사람이 없어 외로울 수 있지만 그 길을 꿋꿋이 가다 보면 어디선가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좋아하는 것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지면 나는 그것을 나눠주는 사람도 될 수 있다. 그런 때 만나는 사람들은 또 다른 모습의 큰 기쁨과 즐거움이다. 좋아하는 것을 붙잡고 가는 건 특별한 꿈을 이루는 지름길이기도 하지 않을까.(116, 117쪽)
자신 깊숙이 기뻐하여 사랑하는 무엇을 지녔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인생 내내 동반하면서 나를 지켜줄 것이며.
기쁘게 그것을 보살피고 키워가면서 내가 성장한다.
무엇보다 내 안에 차곡차곡 담기는 작은 감동들이 매일매일 나를 행복하게 하니,
뭘 더 바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