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곧 비용의 지출이다.
아무나 가는 여행이라지만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우리는 시간과 돈을 모아 여행을 떠나고,
행복한 여행을 꿈꾸며 꼼꼼하게 정보를 모으고 치밀한 여정을 계획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또는 여행 뒤에 기록을 많이들 하시더라.
전문 여행가가 쓴 여행서는 여행지에 관한 다양한 관심사를 골고루 다루지만,
여행 블로그들을 보면 그 블로거가 중요시하는 관심사가 읽힌다.
예를 들면 음식이라든지 여행 경로라든지 쇼핑, 액티비티 같은.
부지런한 여행자들은 여행의 매 순간 사진을 찍고 설명을 덧붙이는데.
어떤 여행 블로거는 지출 내역을 어찌나 상세하게 기록했던지,
가계부를 읽는 것 같이 재미있었다.
그 여행자에게 지출은 관심사 중 하나였을뿐, 여행지에서 다른 재미있는 경험도 많았겠지?
그래야만 해.
여행이라 해서 평소의 소비 성향이 그리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각자의 취향과 형편, 여행 목적, 여행지 상황에 따라 지출 항목과 액수에 차이가 있겠지.
여행에서 '돈'은 상당히 중요하다.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니까.
다들 쓰는 비용 대비 최대한의 효과를 얻겠다고 가성비를 따지는데.
생소한 지역에 들뜬 마음이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적인 소비도 하고 몰라서도 지출한다.
아깝고 속상해서 후회도 하고 자책을 하는데
그렇게 부정적으로 감정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들뜬 기분에 평소와 달리 돌출적인 지출이 있기 마련이고.
낯선 곳, 모르는 곳에서는 정보 부족으로 현지인처럼 알뜰하게 소비할 수는 없다.
또 시간과 피로감을 돈과 바꾸기도 하니까,
여행지에서의 지출은 늘 살아가는 평소의 소비 행태를 기준으로 할 게 아니다.
덧붙여서 유럽 여행을 가서는 화장실에서 돈을 받는다고 비분강개하는 여행자들이 많더라.
우리와 다른 관습이 이루어지고 유지된 그들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자.
그런 다름을 직접 확인하려고 우리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젊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에 돈을 더 썼던 것 같다.
지역 특산품이나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물건을 꾸역꾸역 사서 낑낑 들고 왔었다.
세일한다면 괜히 옷도 사고 구두도 더 사고.
지금은 방에 앉아서 전 세계의 세일 물건을 다 살 수 있으니 뭐.
무엇보다 물건 쌓아 두기를 그쳤다.
써서 없어지는 것,
먹어서 없어지는 것에 지금은 더 지출한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액티비티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유명한 관광지를 꼬박꼬박 찾아다니는 편도 아니다.
슬렁슬렁 오가면서 그곳의 전체적인 분위기,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피는 게 더 재미있다.
평소에도 많이 걷기 때문에 교통비는 적게 쓴다.
차에도 관심이 없다.
빌려야 할 경우 작은 차.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택시는 웬만하면 안 탄다.
말 많은 기사분을 만나면 아주 괴롭다.
그래서 여행지의 대중교통 정보를 열심히 파악하고 짐은 가볍게.
카메라는 아예 들고 다니지 않는다.
풍경은 마음에 담고,
경험이 나를 키워주겠지, 믿는다.
기록에 무심한 1인.
사진을 잘 안 찍는다.
매일 밥 한 끼 정도는 괜찮은 식당에서 좋은 음식을 먹는다.
나머지는 가급적 해 먹는다.
(숙소 비용에 아침식사가 포함된 경우, 아침을 잔뜩 먹는다.)
시장 구경도 하면서 장을 보고.
내 입맛에 맞게 음식을 만들어 먹고 종종 가게에서 파는 음식을 구입하기도 한다.
지역 상황도 파악하고 내 입맛도 맞추니 일거양득^^
술은 안 마시고 탄산음료도 거의 안 먹는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넣어 다니면서 틈틈이 차를 우린다.
걷다 보면 힘들어서 쉬어야 하니까 카페는 종종 간다.
리조트 같이 인위적인 장소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밤에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
혼자서는 더욱.
이동할 때도 해가 있을 때 끝낸다.
잠자리는 좀 따진다.
호화로운 건 안 찾지만 안전하고 깔끔한, 혼자 쓰는 방을 찾는다.
20대 때는 유스호스텔, YMCA 같은 곳을 종종 이용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친구들, 아는 분들 신세를 많이 졌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해외여행을 쉽게 다니던 시절이 아니었는데,
유학을 가거나 남편이 주재원으로 외국에 머물게 된 친구들이 '놀러 와!' 하면 '응!' 하고 달려갔었다.
그래서 동창들 사이에는
"오라면 진짜 오더라." 하는 소문이 있었다고.
그때는 내가 생활을 몰랐던 때라,
정말 몰라서 민폐를 많이 끼쳤다.
그냥 가서 얻어먹고 얻어 자면서 깔깔 재미있게 놀았는데...
모두가 나를 환영한다고 착각했었다.
착한 아이들아, 고마워.
그리고 진심 죄송합니다~
이제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계산은 나처럼 뇌가 청순한 청춘들에게 되갚는 걸로.
하, 갚을 게 많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