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

일상 속에서

by 기차는 달려가고

시청 부근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다.

길 양쪽 아름드리나무들이 늠름하게 서있었다.

물기가 말라 가는 나무의 이파리들은 고개를 늘어뜨리고 이제 단풍을 준비하던걸.


돌담은 여전히 정갈하고.

담 안의 푸른 나무들은 무성했으며.

나무들이 너른 줄기를 드리운 길은 차분하고 고즈넉했다.


길에는 남녀노소,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전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고.

다들 마스크를 쓰고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천천히 움직였다.

노래를 부르는 연주자도 있었다.

유모차에 앉은 아기는 방긋방긋 착한 웃음을 짓고.



그래, 가을이구나.

청명하고 선선하고 아름다운 계절을 충분히 즐기자.

좋은 이 계절이 곧 끝나겠지, 라든가.

금세 추워져서 길고 힘든 겨울이 오겠지, 같은 앞서가는 걱정은 하지 않는 거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실컷 누리자.


휴일 동네에는 내가 좋아하는 밤이랑 고구마를 소분해서 파는 노점상이 트럭 앉아 있었다.

결실과 수확의 계절.

씨 뿌리고 가꾸는, 고된 노동의 시간을 보낸 이들이 이제 기쁨을 얻을 때.



한 해 쏟은 노력, 잘 거두시기 바랍니다.

참 좋은 가을이에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구마를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