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도 TV도 없고,
사진도, 당연히 동영상도 없던 문맹의 시대에도.
사람들 입에 회자되던 유명인사는 있었다.
시대도 다르고 지역도 떨어져 있어
맞대고 얘기했다거나 됨됨이를 판단할 기회는 전혀 없었을 텐데도.
수군수군 우물가에서.
두런두런 사랑채에서.
그에 관해 마치 잘 아는 듯, 이러니 저러니 품평회를 했단다.
동서양 막론.
아주 오래전에 연예인이 한다는 식당에 간 적이 있었다.
우리는 식사에만 관심 있을 뿐, 주인이 누군지는 몰랐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낯익은 분이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신다.
모녀는 미처 누구인지 깨닫기도 전에 자동적으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있더라.
식당을 나와서 어머니와 한참을 웃었다.
"눈이 먼저 인식해서 뇌까지 가기도 전에 자동으로 인사시키던걸..."
매체를 통해 얼굴을 익히고 유명인의 말과 행동을 종종 대하다 보면,
(그 언행이 각본에 따른 극 속의 연기라 할 지라도),
우리는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이런저런 판단을 하게 된다.
그 유명인은 사람이 아닌 카메라에 모습을 비췄을 뿐인데,
자신을 잘 안다고 하는 수십 만, 수백 만의 사람들이 중구난방 자신에 대해 떠드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또는 미국의 대통령이나 영국 여왕 일가, 슈퍼스타들처럼.
지구 위 수 억의 인구가 자신을 안다면서 밥상에서 이러쿵저러쿵.
아, 아, 아악!
더구나 자신에게 와 닿는 시선이 따듯하지만은 않고.
비난과 질시와 오해와 미움을 섞어서 함부로 내던지는 독화살까지 섞여 있다면.
어지간한 멘털이 아니라면 견디기 힘들겠다.
아니, 따듯하다 해도 나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분하게 좋아해 주면 참 부담스러울 것 같다.
어릴 때는 유명해지고 싶었다.
유명인이란 곧 인생의 직분을 잘 해낸 사람들이고,
칭찬 들어 마땅한 성취를 이룬 자들이라고 어린 나는 믿었다.
어른이 되어보니 그리 단순하지 않더라.
무명인인 내 입장에서 보기에
유명인들이 견뎌야 하는 시선의 무게는 상당히 크고 버거울 것 같다.
때로는 그 시선의 그물에 묶여서 오히려 시선 밖으로 내동댕이 쳐질까, 두려워하는 듯 보일 때도 있다.
자기라는 존재가 남들에게 널리 알려진다는 것은,
산더미만 한 타인들의 온갖 감정까지 짊어진다는 의미이다.
원하지 않아도 자신의 할 일을 잘하다 보니 남들의 관심을 받게 된 사람들이 겪을 마음의 고통도 적지는 않을 텐데.
자신이라는 존재를 스스로 저잣거리에 내놓아 재물 또는 명성, 인기와 바꾸려는 사람들은.
동시에 딸려올 타인들의 짓궂은 관심과 조소, 악의적인 시선까지 예상해서 대응 방법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