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싫어한다.
경쟁, 승부- 그런 거 견딜 멘털이 아니다.
또 일부러 머리 쓸 일도 만들지 않는다.
머리에 더해 몸까지 움직여야 하는 상황은 더욱이나 피한다.
그래서 어린이 시절,
동네 아이들이 매일 몰려다니며 놀 때.
여자아이들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고무줄놀이를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깍두기를 자청했었다.
그러니까 놀이하는 내내 고무줄만 붙들고 있는다든지,
줄넘기할 때는 줄만 돌려준다든지.
골목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면서 아이들은 고무줄을 밟고, 거꾸로 넘기도 하면서 폴짝폴짝 잘도 뛰었는데.
나는 그렇게 땀 흘리고 먼지 묻히면서 뛰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책 읽기만 좋아했다.
아이들이 집에 놀러 오면 책장에서 동화책 한 권씩 뽑아 안기면서,
이 책 재미있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가 나 대신 아이들이랑 얘기하고 간식해주시고 그랬다.
ㅎ
어머니 말씀하시길,
내가 보이지 않아서 집 안팎으로 찾아다니다 보면 꼭 집안 구석 어디에서 책 읽고 있더라고.
날 부르는 줄도 모르고 책에 빠져있더라고 하셨다.
그래서 난 게임을 싫어하고 못하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 전에 썼다시피 종이에 프린트 한 축구 게임, 오목에 재미 들려서 한동안 매일 했었다.
그즈음에 친구 집에 가면 또 다이아몬드 게임을 했다.
승부가 있는 놀이라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친구 집이니 손님은 따라야지.
검색했더니 지금도 다이아몬드 게임 판을 파는구나.
대학생쯤에 친구들은 전자게임을 했다.
테트리스.
역시 좋아할 리가.
사교의 의미로 용평에 놀러 가서 친구들이 게임기 앞에 있을 때 나도 해본다고 동전 몇 개를 버리기는 했다.
게임은 내 취향은 정말 아니로구나,
확인했을 뿐.
예전에 런던 다녀오면서 저렴한 티켓을 사느라고 싱가포르 항공을 탄 적이 있었다.
왕복 싱가포르에서 환승해야 했는데,
가는 길인가는 싱가포르에 사는 친구 집에 며칠 있었다.
올 때는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다 서울로 왔는데.
이 비행이 탑승객 운이 없어서 참 힘들었다.
런던- 싱가포르는 뒷좌석 꼬마가 깨어있는 내내 앞좌석을 발로 뻥뻥 차대는 불운이.
내가 좌석에 등을 기댈 수가 있어야지.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뭘 할까, 모니터를 보았더니 전자게임이 몇 개 있는데 테트리스 하나 알겠더라.
그래서 뒷좌석 꼬마가 발로 뻥뻥 차는 내내 나는 테트리스에 몰두했다.
바닥에서 시작해서 싱가포르에 도착하기 전에 장장 1등에 올라서고 말았다.
뒷좌석 발차기의 명수께 1위의 영광을!
내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나의 숨겨진 재능을 키워줄 수도 있다.
나를 포함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
또 압니까?
어디서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올지 모르니.
낙담하지 말고.
자자, 용기를 가집시다.
진인사대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