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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Feb 12. 2024

엄마와 딸

끄적끄적

내용은 못 미쳤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했는지,

주변에서 볼 때 나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엄마의 딸이었다.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이 우리 어머니더러 저런 딸 둬서 얼마나 좋을까요, 하는.


우리 어머니가 무척이나 딸을 많이 봐주고 참아줘서 이루어지는 좋은 관계였는데,

남들 눈에는 그냥 우리 어머니가 복이 많아서 딸이랑 사이좋게 잘 사는 걸로 보였나 보지.

우리 어머니 친구분들은 너는 저런 딸 두다니 복도 많다, 부럽다 하시다가,

우리 어머니들이 거기서 그칠 리가 없거든요.

네가 딸 붙들어서 네 딸이 결혼 안 하는 거 아니야?, 라 모함한다며 우리 어머니는 억울해하셨다.

네가 얼마나 고집쟁이인지 모르나 보다, 하시면서.


40년 전쯤 옛날,

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백화점 고객초대 행사에서

우리 어머니 입을 만한 옷을 고르다가.

옷 사이즈 확인하느라고 우리 어머니와 체형이 비슷해 보이는 곁에 계신 분께,

원피스가 이 사이즈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엄마 사주려는 거냐고 칭찬을 한 무더기 쏟아내시데.

내가 일해서 번 돈도 아니고 받은 용돈으로 사드리는 것뿐인데,

그러니까 엄마들은 딸이 당신을 위해 옷을 사 오는 그 행위에 감동받는 것 같았다.

돈의 출처 상관없이.


약간의 관심과 시간 그리고 배려.

나이 드신 부모가 성장한 자식에게 자신을 위해 바라는 건 그것 같다.

말 예쁘게 하고,

헤헤, 잘 웃고.

밥 잘 먹으면,

그깟 성공이 대수냐,

지 맘 편하면 되는 거다, 하시면서 못난 자식의 인생을 무한긍정 하신다.

그게 안 되는 부모도 많기는 하다.

자기 욕심을 투영해서 자식들을 몰아대면 자식은 도망친다.



설날 보내고 한 일도 없이 체력이 바닥이라

환자 모드로 드러누워 커뮤니티를 돌아보면서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 보니,

부모-자식 얘기가 적지 않다.


연휴의 끝자락,

아까운 몇 시간 잘 쉬시고요.

내일부터 고단한 일상의 세계로 또 나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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