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종종 꿈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자신이 예지몽을 꾼다고 굳게 믿었던 어머니는,
어젯밤 꿈에 누가 나왔는데 잘 지내나 모르겠네, 라든가.
주변의 어떤 사람이 기대하는 결과가 안 좋게 드러난 뒤에,
며칠 전 꿈에 표정이 안 좋아서 안 될 줄 알았어.
그래서 말 안 했지, 라든가.
어릴 때는 그런 일이 굉장히 신비해 보여서 나도 뭔가를 예견하는 꿈을 꾸고 싶었다.
그래서 맨날 쿨쿨 잠 속에 빠져있었던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내게는 꿈을 통한 예언 능력 같은 건 전혀 없고.
지금도 맨날 헛꿈 또는 개꿈만 꾸는 중이다.
오늘 새벽, 예전에 알고 지냈던 후배가 꿈에 나왔다.
꿈을 꾸고 막 잠에서 깼을 때는 스토리를 기억했는데,
몇 번 더 자고 깨다가 한낮이 되어 일어났을 때는 이야기는 떠오르지 않고 몇 장면들만 파편적으로 기억난다.
원피스를 입었던데 그 후배는 결코 원피스 입는 스타일이 아니다.
왜?
안 입는 원피스를 입고,
만난 지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 내 꿈에 등장했을까.
노트북과 휴대폰들이 갑자기 불통되는, 정확하게는 기능이 다할 때까지 무심하게 굴렸다는 뜻, 몇 번의 사건으로
지금 내게는 친지들 연락처가 없다.
상대방이, 나 누구야, 잘 지내? 하는 문자를 내게 보내주기까지,
나는 누구와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
그 후배도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해외에 사는 후배 신상에 변화가 생겼나?, 싶기도 한데.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잘 살 거다.
단지 내 기억의 저장고가 풀려서 지난날들이 무의식의 바다를 떠돌다가 단편 하나가 잠깐 꿈에 걸렸을 뿐이겠지.
혹시 서울에 다니러 온다면 길에서라도 마주치면 좋겠네.
다들 오랜만에 봐도 날 금세 알아보니까,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나는 지나쳐도 상대방은 날 알아보지 않을까, 싶은데.
아, 먼저 길에 나서야 누굴 마주치던 하겠구나.
그게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