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노후화와 사람 노화에 대한 짧은 생각
끄적끄적
집과 여자는 가꿔야 한단다-고 우리 어머니는 가끔 속담을 인용하셨다.
주로 잔뜩 어질러진 내 방을 보면서.
또는 세수도 안 하고 종일 먹기만 하는 나와 마주칠 때,
아무 말도 안 하고 돌아서면서 슬쩍 한 말씀 중얼거리셨지.
옛날에 남자라면 외모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는 거라 여자를 일컬었겠지만.
속담의 본뜻은 사람이나 집이나 관심을 두고 보살펴야 건강이, 기능이 유지된다는 의미겠다.
나는 평생 골골하는 저질체력으로 살았다.
불만은 없다.
가진 체력이 적으면 적은 대로 우선순위에 집중하면 되니까
오히려 쓸데없는 짓을 안 할 수 있어 좋지,라고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했다.
건강이 넘쳐서,
남아도는 에너지를 어쩌지 못해 온데 다니면서 부산 떠는 것보다는 낫다고, 지금도 생각은 한다.
하지만 60대 중반에 들어서는 요즘 내 체력은 더 떨어졌을 뿐 아니라,
온몸으로 신체 각 부분의 노화를 체감하고 있다.
부품이 망가져서 수선 또는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꾸라는 말이 단지 외모를 치장하라는 뜻이 아니라 인체를 손질해 가면서 아껴 쓰라는 의미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평생 과로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살아왔는데도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집도, 건물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전문가 손길이 간 인테리어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함부로 쓰지 않고 아끼는 데 의미가 있다.
맘에 들든 아니든 이 집은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보금자리가 아닌가.
그동안 재화가 늘고 인구와 세대수도 늘어나는 개발 시대를 살아오면서,
집을 단지 물건으로 여겨 집이 낡아가면 손보고 아끼기보다 얼른 재개발, 재건축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귀곡산장이 된 집을 고치지도, 아끼지도 않고 미워하면서 함부로 취급했다.
낡은 집은 때려 부수고 번쩍거리는 새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시절이었으니까.
하지만 인구가 줄고 생활 방식이 달라지며 경제 성장이 어려워 보이는 이 시점에,
앞으로는 낡은 집에서 살아가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람이 늙으면 여기저기 고치고 땜질하여 조심스럽게 살아가듯,
낡아가는 집을 요리조리 고치고 손보고 닦고 치우면서 조심조심 살아가야 한다.
허황된 개발 논리는 접고 관리에 신경 쓰면서 집을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경우,
집값은 비싸지만 관리비, 특히 유지 수선 보수 용도로 보유하는 비중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나라보다 낮다.
관리비를 더 써서 건물을 오래 쓰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노화된 신체 때문에 매일 병원에 다니면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