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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n 27. 2024

보는 것과 알아차리는 것

끄적끄적

나는 오랫동안 고도근시였고 점점 난시가 더해지더니 나이 들면서 노안이 왔다.

더해서 백내장까지 생긴 터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안경부터 찾아 쓴 지가 55년이었다.


백내장수술이 고통스러운 수술은 아닌데 상당히 불편한 부분이 있다.

수술한 눈에 열흘 동안은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세수도, 머리감기도 하지 말라는데...

수술 마치고 곧바로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분들은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불편한 부분은 다음에 써야지.



눈씩, 양쪽 눈 수술은 이주일 차이를 두고 했는데,

회복이 되어 시력이 안정적으로 나올 때까지는 안경의 도움을 받못한다.

그러니 특히 나처럼 양쪽 눈이 모두 고도근시인 사람은 시력이 안정될 때까지 보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더구나 나는 책 읽기에 편하도록 렌즈의 도수를 선택했거든.

첫 번째 수술하고는 보는 문제가 힘들었다.

한쪽 눈은  수술해서 초점이 맞지 않아 잘 안 보이고,

수술하지 않은 다른 눈은 고도근시라서 안 보이니 말이다.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한 달 이상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단순히 시각으로 들어오는 정보와 이를 인식하는 정보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는 점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분명히 시각적으로는 어렴풋한 풍경만 보일 뿐이다.

멀리 있는 산은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건물과 도로는 또렷이 인식되지 않는다.

낯선 곳이었다면 보이지 않아 길바닥에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익숙해서, 잘 아는 동네니까 또렷이 보이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했다.

시각과 기억이 서로 협력해서 흐릿한 풍경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건 시각이 알려주는 객관적인 사실만이 아니었다.

시각이란,

시력으로 보이는 것에 더해

기억의 곳간에 저장된 정보와,

경험에 의한 이해력이 순간적으로 협업해서 인지하는 종합적인 인식과정이었던 거다.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풍경이 순전히 사실일까,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들은 그동안 축적된 나의 경험을 통해 얼마든지 왜곡되거나 굴절될 수 있겠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는 말이 격하게 이해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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