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의 삶

책을 기록함

by 기차는 달려가고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1871-1900>,

메리 매콜리프 지음, 최애리 옮김. 현암사



이 책은 전에 소개한 <파리는 언제나 축제, 1918-1929>가 포함된 삼부작 중 가장 앞선 시대를 다룬다.

지은이는 이 삼부작에서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 파리 60년을 그려내는데,

주로 문화계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 배경이 되는 당시 사회와 정치적 상황도 충실하게 다룬다.

특히 19세기 마지막 30년을 다루는 이 책에서는 더욱 그렇다.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1891년 파리로 공부하러 온 마리 스크워도프스카는,

센 강 좌안의 다락방을 전전하며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다.

그 어려운 생활 중에도 공부에 몰두한 마리는 물리학과 수학 학위를 받았고.

탁월한 물리학자인 피에르 퀴리를 만났다.

연구에 대한 열정과 부와 세속적인 올무들에 대한 경멸,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공통의 가치관을 지닌 이들은 서로 사랑하게 되고.

1895년에 피에르의 부모님이 사시는 Sceaux의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부부의 뜻에 따라 웨딩드레스, 금반지, 피로연과 종교 의례가 없는 지극히 간소한 예식이었다.

식을 마친 신혼부부는 자전거로 일 드 프랑스 지역의 샛길들을 돌아다녔단다.



약간의 연금을 받는 천사 같은 마음씨를 지닌 과부가 있었다.

샤를로트 부인은 파리의 작은 식당 주인이었는데 가난뱅이 학생들과 예술가들을 가족처럼 먹이고 돌보아주었다.

모라비아에서 태어나 오직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1887년 파리에 온 알폰스 무하.

살아남느냐 죽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무일푼이던 알폰스 무하는 이 부인의 보살핌으로 간신히 기아를 면하여 그림을 계속할 수 있었다.



루이즈 미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성에서 아버지가 밝혀지지 않은 하녀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아마 지주 아들의 자손이었는지

지주 부부를 조부모로 여기며 자랐고 여자아이로서는 드물게 수준 높은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지주 부부 사후 약간의 유산을 받아 어머니와 파리로 와서 정착한 동네가 몽마르트르 아래 가난한 동네였으니.

원래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고 보살폈던 루이즈는 그곳 사람들의 고달픈 삶에 마음 아파하며 이들을 돌보는 길에 들어선다.

이후 루이즈는 파리 코뮌 등 노동자 계급의 소요에 대해 원인을 파악하거나 대책을 세우는 대신 오직 탄압만으로 대응하던 정부와 맞서게 되었으니.

체포와 구금, 유형과 망명에 암살 위기까지 겪는 고달픈 평생을 살아내게 된다.

어떤 어려움을 겪어도,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그녀는 회유되거나 비겁하지 않았고. 끝까지 모든 인간은 가치 있다는 자신의 믿음을 지켜낸다.


고개를 높이 들고 그녀는 자신의 원칙들을 -그 원칙들이 그녀를 곧장 곤경으로 몰아넣을 때에도, 그런 때일수록 더욱- 지켜나갔다.(112쪽)


일상의 괴로움은 말할 것도 없고 풍토병으로 죽음이 아른거리는 뉴칼레도니아에서의 유배 기간 동안에도 그녀는 절대 무력하지 않았다.

현지 언어를 배우고 원주민을 교육하며 그곳의 생태를 조사하고 기록하는 등 의미 있는 일들을 스스로 찾아냈다.


정치적 행동주의나 문화적 발견 말고도 미셸은 수많은 할 일들을 찾아냈으니....

분명 핍절한 삶이었을 텐데도, 그녀는 자신의 유형 생활을 그런대로 견딜 만한 경험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113쪽)



아,

이들 삶의 순간들이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책을 읽다 보면 지은이의 가치관도 읽힌다.

좋은 책입니다.

강력히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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