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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알레르기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튼튼하지도, 무던하지도 않은 몸으로 태어난 나는,

어릴 적부터 자극에 대한 온갖 유별난 반응으로 부모님을 놀라게 했다.

자랄 때는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이 상당히 심해서 대놓고 편식했고.

좀 커서는 별의별 약에 다 민감해서 병에 걸려도 상당히 제한적으로 약을 써야 했다.


그렇다고 특정 자극에 대한 몸의 반응이 일관성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때그때 몸 상태에 따라 무난하게 넘어가기도 하고,

자다가는 극심한 괴로움으로 곧 죽을 듯한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남들 다 먹는,

시판 음식에 필수인 화학조미료를 섭취하면 관절 부위에 빨갛게 두드러기가 올라오곤 하는데.

지금은 사라진 모 체인점의 설렁탕을,

화학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맛이라 국수만 건져먹고 나왔음에도.

집에 오자마자 온몸의 관절 부위마다 온통 심한 두드러기가 올라오더니,

밤에는 두피까지 두드러기가 극성을 부려 잠을 못 잔 적이 있었다.

그런저런 사유로 외부 음식을 꺼리게 되었는데.



햇빛에도 민감하다.

이달 들어 안과, 치과 다니느라,

또 장마가 시작되면 여름이 지날 때까지 외출이 어려울 거라 한낮에 이곳저곳 다닐 일이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건 더위에 체온이 올라 그러려니 했는데.

곧 퉁퉁 부어오르면서 몹시 쓰라린 거다.

마스크에 자외선 차단 크림, 자외선 차단 양산까지,

되도록 햇빛을 피했는데 말입니다.


어머나, 잊고 있었다.

내 피부가 여름의 따가운 햇빛을 견디지 못해서 여름에는 낮에 외출하지 않고 어스름한 저녁 무렵에만 잠깐씩 나가 일을 보았던 건데.

수십 년 그렇게 하다 보니 그 원인이 된 햇빛 알레르기는 뒤로 밀려나고,

더위와 습기에 못 견디는 내 저질 체력 탓만 했던 거였다.

삼십 년도 더 전에 바닷가에 갔다가 얼굴에 햇빛 화상 입은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는걸.


얼굴과 목덜미에 심한 통증으로 괴로워하며.

퉁퉁 부어올라 반쯤밖에 안 떠지는 눈으로 얼음찜질, 알로에와 감자팩, 수분크림 같은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처치를 했다.

한동안 고생이 심했고 지금도 막 따끔따끔하다.

얼굴에는 얼룩덜룩한 자국이 남았지.

마스크의 햇빛 차단 능력은 우수하더라.

마스크 한 부분만 괜찮음.


얼굴을 온통 커다란 선글라스와 자외선 차단 복면으로 가리고 다니는 분들 심정을 이해한다.

나도 복면을 갖고는 있음.

다만 뒤집어쓸 용기가 없을 뿐.


햇빛 알레르기가 소재 중 하나인 영화도 있었고.

실제 유명인물 중에 햇빛 알레르기로 부분 조명만 밝힌 어두운 집에서 칩거하던 이들도 있었다.

....

체력이 약하거나 체질이 유별난 사람들은 활동에 큰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그 허약함이 또 생활이 어려운 질병으로 인정받는 건 아니라서.

괜히 징징거리는 것 같아 남들한테 말은 안 한다.

대신 요렇게 글로 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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