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호우 내리는 날의 밥상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7월 초부터 외출이 어려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보통 우리가 알아왔던 장마와 다른 형태로 장마가 형성되면서,

햇빛이 쨍쨍하고 습도는 낮은 고온의 날들이다가,

요 며칠은 또 비와 바람의 날들.

고온일 때는 강한 햇빛이 무서워서 외출하지 않고,

기온이 떨어진 요 며칠은 또 내리는 비 때문에 외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먹을 것이 떨어져 가는 중이다.

지난주에 해가 떨어진 시간에 잠깐 나가서

도서관에 들러 책 빌리고,

과일가게에서 참외를,

빵집에서는 하나 남은 깡빠뉴를 사 왔었다.

빵은 진즉에 다 먹었고,

박스로 주문했던 방울토마토도 똑 떨어졌으며,

참외만 하나 남았다.

채소로는 박스로 배송된 홍감자와 양파만 잔뜩 있을 뿐

양념으로 쓸 대파, 마늘, 고추가 없으니.

어제도 밖에 나가기 싫어서 먹고 싶은 대파불고기 대신 얇은 소고기를 그냥 구워서 소금 넣은 참기름을 찍어먹었다.


비빔국수를 먹으려 해도 대파가 필요하고,

내 방식의 계란 범벅을 맛있게 먹으려면 대파와 고추, 마늘 편, 표고버섯이 더 있어야 하는데.

어제 아침에는 없는 재료 대신 집에 있는 건조 다진 마늘과 얼려두었던 느타리버섯에 양파채만 넣었더니,

역시 맛이 안 났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삶은 계란에 채친 양파를 마요네즈 드레싱에 버무렸고.

삶은 홍감자에 가염버터를 얹고

치즈는 덩어리로 잘라먹었지.



달달한 간식이 먹고 싶은데 없으니까 짭짤한 크래커를 먹고 있습니다.

오늘은 꼭 나가서 과일과 빵,

그리고 대파 같은 양념 채소와 쌈 싸 먹을 깻잎을 사 와야

불고기도 하고,

멸치볶음도 만들며,

시래기나물도 볶아서 풍성한 저녁밥상을 차릴 수 있는데.

굵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빗속을 나가기가 왜 이렇게 싫을까.

주문할까? 물론 생각했지만,

지금 필요한 건 각각의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고르는 편이 훨씬 나은 품목들이라,

장바구니에 넣다 뺏다, 갈등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집에 콕 틀어박혀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여행 가고 싶다, 기차 타고 여기저기 막 돌아다니고 싶다, 는 백일몽을 꾸는 건 무슨 아이러니?


모두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는 제발 비가 그쳐서 여러분들의 퇴근길이 너무 고달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더운 날, 하얀 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