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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 하얀 면티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본격적으로 더워지면서 절정기 여름옷과 침구들을 꺼냈다.

5월에 꺼낸 여름옷은 뒤로 물러나고 더 얇은 옷들,

땀 흘려도 몸에 붙지 않는 기능성 옷감으로 만든 옷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세어보니 외출할 때 입는 흰 면 티셔츠만 열 장이 넘더라.

두께는 조금씩 차이가 있고,

길이도 조금은 다르지만.

어쨌거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흰색 반팔 면 티셔츠들이다.


해마다 여름에 흰색 반팔 면 티셔츠만 적어도 한두 장은 산다.

계절 상관없이 안에 받쳐 입거나 겉에 내어 입거나,

남녀노소 구별 없이,

베이지, 검은색, 감색 하의와 잘 어울리고.

입기에 따라 담백하면서 소년 같은 분위기라 내가 꽤나 애용하는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몸에 편하거든.

비싸지 않은 것을 사서 아깝지 않게 입는다.



그런데 흰색 반팔 면 티셔츠는 한 철 지나면 후줄근해 보인다.

특히 여름에는 자주 빠니까 흰색은 그 산뜻함이 바래고,

옷감 자체의 탄탄함도 떨어진다.

그러니까 해마다 새 걸 사게 되고

작년에 산 티셔츠는 실내용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내가 외출을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들어오는 것에 비해 처리되는 분량은 적다는 거.

입던 면 티는 남에게 줄 만한 것도 아니라서 계속 내가 들고 있게 된다.


아예 몇 년 지난 티셔츠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잘라 현관 바닥이나 창틀 닦는데 재활용하지만,

그 정도로 낡지 않은 티셔츠는 가을, 겨울에 스웨터나 맨투맨

안에 받쳐 입으면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지.



지금 또 한 장이 오는 중이다.

어서 오세요.

그런데 잔뜩 쌓여있는 선배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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