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젊었을 때는 미래가 궁금하다.
그것도 몹시.
엄마더러 내 사주 좀 보고 오라고 조르기도 했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에게 누가 악담을 하겠는가.
다 좋다고 하지.
그러면 그게 또 답답하더라.
뭐가, 얼마나 좋은 건지 말 입죠.
그래서 친구 둘이랑 셋이 사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뭘 물어볼 줄이나 알아야지.
우리를 끌고 간 친구네 집이 그쪽 방면에 빠삭해서 그 친구가
질문을 했다.
셋이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생년월일을 모두 알려주고
역학자는 이 사람 사주 말했다가,
저 친구 사주 말했다가, 했는데.
나는 내 얘기만 귀에 들리고 다른 친구들 내용은 들리지 않더라.
나와서 밥 먹으면서 한 친구가,
너네 들한테는 돈복이 많다고 했는데 나한테는 그런 말 없어, 하네.
그랬어? (지금 보니 그건 아닌데요...)
새해가 되면 인터넷으로 토정비결은 본다.
매년 좋대.
하나도 안 좋더구먼.
그런데 올해 토정비결은 참 안 좋았다.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아이러니라니.
그동안 좋다고 해도 좋은 거 없어서 토정비결을 불신했는지,
안 좋은 일만 주르르 나열된 내용에서 역설적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유튜브에 운세가 뜨면 가끔 보기는 한다.
지난 5월 운세에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 하다가,
건강은 조심하라고.
특히 치과 치료받을 일 생길 거라는 내용이 있었다.
억, 그러고 나서 갑자기 치과에 갈 응급상황이 생겼고,
급기야 임플란트까지 시작했다.
그거 하나 맞았다.
좋은 일은 1도 없었네.
요새는 안과 치료받을 일까지 생겨서,
더위 무서워,
햇빛 두려워, 하면서 꾸역꾸역 안과, 치과 순례 중이다.
아까 내년 운세던가, 9월 운세던가,
불량한 자세로 듣다 말다 했는데.
좋다, 좋다, 하던 중에 건강 조심하라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오!
저거는 맞겠는걸- 하는 불길한 예감이.
젊었을 때는 뭘 시작도 하기 전에 될까, 말까-가 그렇게 궁금했었다.
나쁘다고 안 살 것도 아닌데요,
왜 내 인생은 좋기만 해야 한다고 믿었을까요?
크고 작은 파도를 가르며 60여 년을 살아보니,
진인사대천명-이 맞다.
좋을 때는 그 좋은 것을 충분히 즐기고,
나쁠 때는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살피면서 배우고 또 배우는 시간이다.
인생은 뫼비우스띠와 같아서,
좋은 일로 인해 어렵고 힘든 시기가 시작되고.
또 어려움 중에 깨달은 삶의 이치와 자신의 부족함으로 좋은 시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게나 사주, 점, 무당 끼고 살던 재수 없는 범죄 커플이 드디어 감옥에 갇힌 꼴을 보니,
자업자득,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제발 심판의 날이 와서,
오랫동안 사리사욕에 취해 우리 사회를 더럽혔던 못된 인간들을 제대로 응징하시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