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취미 계획러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계획 짜기를 좋아한다.

다음 주에는 뭘 하고,

다음 달에는 꼭! 어딜 가고, 하는 계획.

머릿속에서 생각해 내고는 반드시 종이로 옮긴다.

그래야 확실해지는 기분이라.


하지만, 실행 여부는 말입니다...

내가 계획 짜는 일은 좋아하지만 실천은 다른 차원입죠.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대범한 자세.



지겨운 이 더위가 언제나 끝나려나, 하다가.

올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해내겠다, 하는 일 몇 가지를 적어본다.


우선은 책 읽기.

늘 읽고 싶은 책들이 줄 서있으니, 책 읽기는 빠지지 않는 사항이다.

올해 들어 프랑스, 그중에서도 파리와 관련된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는 중이라.

언제 적부터 대형 파리 지도를 사다가 벽에 붙여놓겠다, 마음은 먹었는데.

매달 새로운 마음으로 계획표를 쓰면서 몇 달째 빠지지 않는 항목인데요.

기온이 좀 떨어지면 잊지 말고 집 밖으로 나가서 파리 지도를 골라보자.


두 번째는 글쓰기다.

한번 손을 놓으니까 잘 안 쓰게 된다.

가을에 뭐라도 하나 써야지.

꾸역꾸역 들어가는 건 많은데 도무지 내보내질 않아요.

아무래도 들어간 정보가 소화가 잘 안 되는 듯합니다.


세 번째는 뜨개질.

지난봄에 색감 곱고 질 좋은 털실을 한 아름 얻었다.

세일해서 잔뜩 샀는데 고스란히 묵히는 중이라고.

자책감을 덜고 싶으니 몽땅 가져가달라, 는 요청을 받았거든.

다 가져오면 나도 괴로워질 것이 뻔해서 일단 가방 하나 채울 만큼만 들고 왔다.

내 솜씨로 뭘 짜낼 수 있을까?

집에서 입을 조끼라도 짤까, 싶었는데, 내 수준에 요건 욕심이라.

기술이 덜 들어가는 무릎덮개를 짜볼까?

최소한 목도리는 되어야 할 좋은 털실인데 말입니다.


준 사람을 봐서라도 뭐든 만들어내야 한다.

추워지기 전까지 끝내보자.



몸은 움직이지 않고 머릿속만 분주한 사람이라,

좋아라 하면서 계획만 세울 뿐 실행력이 심하게 모자란다.

책 읽고, 글 쓰고, 밥 해 먹고, 청소하면서,

음악 틀어놓고 뜨개질까지 더하면,

내 기준 완벽하게 행복한 생활인데요.


그래!

결심했어.

이번 가을에 완벽하게 행복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폭염 속 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