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7월 내내 집에 가만히 있으니까 운동량이 심각하게 적다.
애써 모아놓은 한 줌의 근육조차 다 잃게 생겼다.
작열하는 태양은 여전히 무서웠으나...
도서관에 책 반납을 더는 미룰 수 없으니,
각오와 준비를 단단히 해서 집을 나섰다.
으,
뜨거운 태양.
길바닥에서는 지글지글 열이 끓어오르고.
하늘은 맑고 밝아서 눈이 부신데 나는 어질어질하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마지막 계단을 올랐을 때는 막, 막 쓰러질 것 같았다.
로비의 소파에 주저앉아서 숨을 고르고.
가방에서 얼린 생수를 꺼내 조금씩 마셨다.
정신이 좀 드는군.
책을 먼저 반납하고 다시 책을 빌리기 전에 차라리 뭘 좀 먹으면 나을까, 싶어서 구내식당을 찾기로 한다.
그제야 엘리베이터가 보이네.
무리해서 계단 오르느라 괜히 고생한 거였다.
엘리베이터를 내려 식당까지, 건물 사이 달랑 몇 미터,
더운 외부 공간을 걷는 동안 컨디션이 다시 나빠지더니,
식당 문을 밀고 들어설 때는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한참을 홀짝홀짝 얼음물을 마시면서 정신을 차리고는.
뭐라도 주문할까, 메뉴를 보았지만.
막 메스껍고 어지러운데 뭔들 입에 당길까.
도무지 몸이 음식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식당을 나왔다.
휴게실에서 크래커를 조금씩 뜯어먹으며 쉬었다.
바깥과 달리 도서관은 적당히 시원했고,
책들은 언제나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사람들은 조용조용 공부하거나 책을 읽거나.
바깥의 폭염과 상관없는 차분한 도서관 풍경에 마음이 진정되었다.
밖에 나오기 힘드니까 한꺼번에 여러 권 빌리자, 는 마음과.
들고 가기도 벅찬데 딱 두 권만 빌려가자, 는 마음으로 갈팡질팡 하다가.
약간 도톰한 책 두 권을 고르고.
나온 김에 민생회복지원 쿠폰을 쓰자고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의 식당을 둘러보았는데.
여전히 괴로운 몸 상태라 그 어떤 식당도, 어떤 음식도 내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후무사 자두랑 돼지고기 목살을 사 와서 푸짐하게 저녁을 먹었어요.
언제 그랬냐는 듯,
집에 와서는 잘만 먹히더만요.
이 무더위에도 두꺼운 청바지 또는 면바지를 입고 발랄하게 거리를 활보하던 처자들에게 존경을!
청춘은 다르다.
폭염, 그까짓 거, 무섭지 않아, 하는 씩씩한 표정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