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여전히 테이블이 빼곡히 놓인 홀과 분주한 주방이 있고,
한식이나 양식, 중식, 일식 같은 분류 아래 여러 가지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이 절대다수인데.
그럼에도 식당을 운영하는 방식에는 꾸준히 변주가 제시되어 왔다.
한동안 유행한,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오마카세" 방식- 손님이 아닌 셰프가 제시하는 내용의 음식들-이,
원래의 일식뿐만 아니라 한식, 양식에도 도입되어 그럭저럭 운영 중이고.
파인다이닝 식당의 메뉴를 보면 동서양 퓨전으로 주방장의 솜씨와 안목을 뽐내기도 한다.
최근 식당 트렌드 중에 요리사 혼자 또는 소수의 요리사가,
서빙 인원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한 가지, 기껏해야 네댓 가지의 특화된 메뉴로 손님을 맞는 식당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손님들 개별 테이블이 따로 있지 않고,
요리사를 둘러싸고 쭈욱 이어진 카운터 형의 긴 테이블이거나.
공간 중앙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 들어오는 순서대로 자리를 잡거나 해서,
공간과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시도 같다.
혼자 쓱 와서 만족스럽게 밥 먹고 나갈 수 있는,
담소와 친목이 아니라 음식과 밥 먹는 행위 자체를 충족시키려는 모양이다.
대체로 음식이 맛있다는 호평이고,
인테리어는 미니멀한 편이고.
음식 질과 분위기에 비해서는 밥값이 저렴하다, 지만.
사실 싸지는 않다.
좋은 재료를 쓴다거나 그릇이 고급지다거나.
간소해 보이되 고급 취향인 요즘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나는 수십 년 전부터 혼자 밥을 사 먹어온, 혼밥의 선구자다.
예전에는 서울에서도 젊은 여자 혼자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좋아하는 구석자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야무지게 먹어치우곤 했었는데.
혼밥이 쉬울 것 같은 요즘의 그런 식당에서 혼자 밥 먹기는 오히려 내키지 않더라.
입구에서 망설이다 되돌아섰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혼밥 식당은 구석자리가 있는 맛있는 식당이지,
모르는 손님들이 한 상에 나란히 앉아 먹는, 그렇게 개방된 분위기는 아니었던 거다.
나이 환갑이 훨씬 넘어서,
혼밥 생활 수십 년을 보낸 뒤에야 내 혼밥의 취향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이런.
맛있다니까 먹어보고는 싶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