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자꾸 병원 다닐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오후에 외출하게 된다.
이번 여름은 상당히 높은 습도가 지속되는 동시에 햇빛이 강한 느낌이라.
(그동안은 여름날 낮에 거의 외출하지 않았었다.)
여름 내내 햇빛 알레르기로 고생 중이다.
퉁퉁 부은 얼굴은 기본에,
얼룩덜룩한 피부는 몹시 따갑다.
병원 다녀오는 외에는 집에서 먹거나 빈둥거리다 보니 유튜브를 많이 본다.
일단 한 콘텐츠를 보고 나면 비슷한 주제의 콘텐츠가 줄줄이 올라오므로,
이 여름 내내 지구 곳곳에서 살아가는 이런저런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있다네.
도쿄 신바시의 회사에 다니는 중년 남자는 지금 일본이 '조용하게 가난하다'라고 말한다.
일본이 지금 일자리는 많다지만 물가는 오르고 급여는 적어서
동시에 여러 개 일을 하며 간신히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단다.
콘텐츠를 본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주르르 댓글을 달았다.
잘 사는 그룹에 속하는 서유럽과 미국의 사람들이 자신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여기도 점점 더 살기 힘들다, 고 말하고.
경제적으로 그보다 훨씬 못한 동남아시아 사람으로 일본에서 외노자로 일했던 사람은,
일본 사람도 힘들더라만 여기에 비하면 천국이지,라고 댓글을 보탠다.
어떤 미국 중년은 파산한 뒤 미국을 떠나 강아지랑 파리의 아주 작은 방으로 이사했다.
'미국을 떠나는 게 새로운 American Dream'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우리나라 청년 세대도 혼자 또는 부부가 장기간 세계를 여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중 다수가 지구상 어디에 자신들이 정착할 만한 곳이 있는지, 찾으려 한다.
우리나라 은퇴자들도 연금으로는 빠듯한 한국 생활 대신, 보다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동남아시아를 여행한다.
예전 서구의 은퇴자 생활을 우리 세대도 시도하는 것이다.
세계 어디서나, 나이와 계층 상관없이 지금 이곳 생활이 힘겹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참 많아 보인다.
중산층은 확실히 무너지는 중인 듯.
반면에 도시는 갈수록 화려해지고.
거대부자는 더, 더 재물을 확대하면서
더, 더 공고하게 위치를 굳힌다
독재정권 한 줌 무리가 권력을 틀어쥔 제 삼국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른바 정치와 경제에서 선진국이라는 서구 나라들과 일본에서도 기득권 세력의 세습과 그들만의 리그가 너무 단단해져 있어서.
그 썩어빠진 고인 물이 스스로 자정 하거나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가 갈수록 실감 나는 환경 문제,
경제적 불평등과 비합리적인 사회 구조에 멈출 줄 모르는 극우의 준동.
이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다수의 권력층.
지치고 불평만 할 뿐, 책임은 지지 않는,
올바른 가치관과 판단력이 형성되지 않은,
사려 깊지 못한 시민들.
결국 인류의 종말뿐일까,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암담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