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자식 키우는 모든 부모, 특히 어머니들은 자식에 대한 기대가 엄청나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자식의 장래 직업을 고민하시고,
지리멸렬하게 살아가는 부모와 달리,
제발 내 자식만은 빛나는 인생을 살기를 간곡히 기도한다.
내 한 몸 불살라서 내 자식이 잘 될 수만 있다면!
온갖 육아책과 육아 콘텐츠를 섭렵하고.
이른바 자식을 잘 키웠다는 성공한 어머니들의 노하우를 배우겠다고 강연회에 줄을 선다.
가끔 육아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부모나 전문가나 아이가 마치 손에 잡는 대로 모양이 만들어지는 찰흙처럼 여긴다는 인상을 받는다.
백지상태에서 부모가 그리는 대로 아이가 형성된다는 믿음을 전파해야 돈을 벌겠지.
흠.
그렇게 생각해서 나의 부족함은 오로지 자식 교육에 등한했던 또는 무식한 우리 부모 때문이다,
라며, 속 편하게 부모 탓을 할 수도 있으려나?
자식을 잘 키우겠다는 의욕은 좋으나.
핀트에 맞지 않는,
오로지 자기만족일 뿐인 극성을 부리면서 돈과 시간을 써대고.
자기 욕심을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를 다그치면서.
지 아버지 닮아서 애가 둔하네,
네 어머니 닮아 말을 안 듣네, 하면서 집안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든다.
지난 몇 년 우리 사회의 엘리트라는 인물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부도덕하고 무식한지.
그 사이코패스적인 더러운 욕망과 안하무인의 작태에 놀라고들 있지만.
그럼에도 인성교육을 고민하는 진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이 사회의 성공한 사람들 중 인간적인 면에서 정말 쓰레기 급인 경우가 많고.
또는 부모가 성공을 향해 달려가느라 자식에게 쏟아야 할 시간과 마음을 돈으로 대체할 때.
그런 집안에서 학벌이나 지위, 재력으로 포장된 자식들이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일는지 몰라도.
사실은 성장기에 자아를 건강하게 키우지 못해 내면이 허약한 경우가 대다수라.
약물, 쇼핑, 이성, 소비로 도피해 중독에 이르면서,
자신과 가족을 파멸로 몰아가는 사례가 꽤 많다.
자식들이 이십 대에는 지금은 건들거려도 나이 들면 나아지겠지, 하며 기대를 버리지 않다가.
삼십 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사회에 발들이고 결혼 단계에 들어설 때 문제가 드러나고.
사십 대에는 저게 사람 구실 하겠나, 크게 사고를 치더라.
그 시간을 겉으로는 그럭저럭 멀쩡하게 보냈던 사람도,
결국 오십 대에는 스스로 파멸에 이르어서.
자식 앞에서 자기 부인을 때려죽인 변호사도 있지 않았나.
아이는 자신의 성향과 능력이라는 골격을 갖고 태어난다, 고 지금 나는 생각한다.
부모는 그저 정성껏 자식을 대하고,
선한 마음으로 고운 말 쓰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생활인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무엇보다 자식들과 사랑과 행복의 순간을 함께 나누는,
그 정도가 부모로서 자식한테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가, 싶다.
자식 앞에서 부모가 전지전능한 절대권력자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솔직히 말하자.
사실 성인이라 해도 나이를 먹었을 뿐,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에,
갈팡질팡 하는,
좀 큰 아이일 뿐이잖아?
자식이라는 한 인격체를 자신의 뜻대로 빚어낼 수 있다는 교만은 떨지 말기.
부모가 행한 최악의 행동을 자식이 따라간다.
어리석음이 대를 이어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