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해외에 사시던 어떤 부인이 이혼을 했다.
평소에도 미덥지 못하던 남편이 크게 금전적인 사고를 쳐서 빈털터리가 됐는데.
아이들 데리고 한국으로 왔지만 당장 살 집도 없는 처지.
시댁에 아이들을 맡기고 지방에 있는 어느 단체에 취직했다.
이혼했다는 말은 하지도 않았는데,
가늘가늘하고 예쁘게 생긴 이 분에게 상사가 흑심을 품어서,
유부남이면서도 이 분을 어떻게 해보려 계속 치근덕거리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 업무를 압박의 수단으로 삼더란다.
계속 야근시키고,
일 못한다며 매일 소리 지르다가,
해고 운운하며 윽박지르는 거였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그분은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는 처지에,
다른 직원들은 지들끼리 숙떡거리기만 할 뿐,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는 직장에서 몇 달을 눈물 흘리며 견디다가.
결국 그만두고,
아이들 만나기 용이한 서울 어느 동네의 고시원에 방을 얻었다.
오래전에 한 사립학교 교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외부에는 평생을 교육에 헌신한 교육자로 유명한 여성이 교장이던가, 이사장이던가 한 학교였는데.
노년기에 들어선 이 분이 젊은 남자들을 눈에 띄게 좋아해,
보직을 맡은 능구렁이 여자 선생이 회의 때마다 일부러 젊고 말끔하게 생긴 남자 교사들을 좌우에 앉힌다고 했다.
당하는 남자 교사들은 굉장히 수치스러울 것 같은데,
내게 그 일화를 전하는 분은 키득거리며,
"덕분에 노친네 히스테리 안 부리니 좋고!"라고 해서 나를 실망시켰다.
성추행이나 성희롱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남초 회사에 근무하는 젊은 여자보다,
여초 회사에 근무하는 젊은 남자들이 더 힘들다는 말도 있다.
남자들은 당하고도 말을 못 한 채 혼자 괴로워한단다.
여자 상사만이 아니라 여자 하급직원들도 아무 말이나 해대면서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문제를 제기하면 되려 뒤집어씌우는 스킬은 여자들이 더 하다는 풍문이 있다.
우리나라에 와있는 외노자들은 이런 점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말도 안 통하고 이직도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처지에,
밥줄을 쥐고 있는 상사 또는 동료들이 성적인 수치심을 줄 때,
얼마나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단지 호감을 표한 건데 너무한다,라고 되려 큰소리치면,
문화 차이인가?, 갸우뚱할 수도 있겠지.
남녀 가릴 것 없이 성적인 부분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부류가 있어서,
틈만 나면 성적인 농담을 하고.
상황을 그런 쪽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또는 이성이라는 점을 출세의 무기로 쓰는 악질들도 분명히 있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이런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직장에서 이런 일을 당할 때,
단호하게 대처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날은 운명에 맡기고,
아닌 건 아니라고.
싫은 건 싫다고,
그 즉시 눈 똑바로 뜨고 무섭게 대응해야 한다.
혼자 끙끙 앓는 거 알아주는 사람 없다.
오히려 성적으로 어필했다는 모함을 받을 수도 있다.
성적 측면만이 아니라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업무 처리도 마찬가지.
아닌 건 아니라고 분명하게 거부해야,
직무 환경이 조금이라도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