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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네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지긋지긋하던 더위가 끝나간다.

기온이 조금 떨어지고 습도는 꽤 낮아졌다.

이제 살 만하군.


갈수록 여름도 너무 길어져서,

무더위에 시달리는 기간이 추위에 시달리는 겨울에 버금간다.

만물이 소생하는 기쁨을,

얼어 죽을 듯한 추위가 누그러지면서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쪼이는 첫 봄만이 아니라,

사람을 녹여버리는 지독한 고온다습이 물러나는 즈음에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1년에 두 번이나 누리게 된 소생의 기쁨을 반겨야 하는 건지.



나는 얼굴 제외,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 외에는 피부가 상당히 건조하다.

특히 손, 발.

신기하게도 항상 고온다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피부가 먼저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더라.

얼마 전부터 걸쭉한 바디로션을 몸에 들이붓고 있다.

손, 발부터 바싹 말라서 당기기 시작했거든.

내년에 고온다습이 돌아올 때까지 바디 제품 몇 통을 써대겠지.


엊그제부터는 펄펄 보리차 끓이기도 부담스럽지 않고.

온기를 뿜어내는 모든 부엌 용품들,

그러니까 오븐, 주전자, 밥솥들이 반가운 계절이 돌아온다.

요리하기 좋은 날씨.

풍성한 밥상을 차려보자.



더위가 끝나가는데 발터 벤야민 책은 다 못 읽었다.

마저 읽어야 하고요.

서점에도 아직 못 가서 파리 지도도 사지 못했네.

파리 지도도 사러 갈 겁니다.


가을에는 반드시 뜨개질을 시작할 거고요,

(코바늘은 모든 굵기가 다 있는 세트로 사놨답니다.)

고궁, 공원, 식물원, 수목원, 둘레길- 다 갈래요.

기껏해야 한 달 반 정도,

가을 동안 매일매일 바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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