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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게 보낸 토요일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금요일까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부슬부슬, 은 넘는 주룩주룩, 까지는 가지 않던 비 내리는 금요일에 외출을 했고.

어쨌든 일을 마쳤다.

사실, 할 일이야 여전히 있지만 애써 모른 척하면서,

오늘은 토요일.

푹 쉬자고 마음먹었다.


몹시 피곤했는데,

그래서 늦게까지 이불속에 있으려 했는데.

늘 깨어나던 그 시간에 잠이 깨고 말았네.



냉장고 안에 이미 만들어 둔 밥도, 반찬도 있어서,

밥과 반찬은 데우고,

후식으로 먹을 과일만 조금 손질해 밥상을 차렸다.

공짜로 밥 먹은 기분.

설탕을 조금 넣어 단맛이 슬쩍 혀에 남은 커피까지 마시고.

느긋하게 앉아서 창으로 들어오는 선선한 공기에 밝은 햇살을 보려니,

여름이 갔구나, 안도감으로 편한 마음이 되었다.


이제는 좋은 계절.

약간 도톰한 반소매 티에 얇은 카디건을 걸치고 집을 나와서

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 빌리고.

과일도 조금 사고.

빵집에서는 호밀빵 한 봉지.



슬렁슬렁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찌나 마음이 편안하던지.

몇 달을 시달리던 더위가 물러간 기쁨으로 세상이 다 평화로워 보였네.

한가하고 여유로운 토요일.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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