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뭘 한 게 있다고 죽을 듯이 몸이 힘들었다.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부서질 것 같은 느낌.
에고 에고, 휘청거리면서 두 군데 돌아다녀 장을 봐오고.
그래도 명절이니 나름 대청소를 하고.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했다.
추석 아침,
눈 비비고 일어나 흐릿한 정신으로,
정말 간략하게 차례를 지내고.
졸면서 밥그릇은 싹싹 비우고.
대충 치우고는,
이 닦기도 귀찮아 가글만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었지.
주룩주룩 비 내리는 서늘한 날씨라 난방을 켰고요.
빗소리를 듣고 싶어서 침실 창문은 한 뼘 열어두었다.
그리고 몇 시간을 내리 잤다.
중간중간 의식이 들 때면 희미하지만 빗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싸늘한 공기가 머리맡을 스쳤다.
좋은 기분이었다.
밤이 깊을 때까지 거의 수면 상태에 있었는데.
오후에 일어나서,
그 와중에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밥을 차려먹었다.
냉장고에는 음식이 가득 차있으니.
갈비도 뜯어먹고.
송편도 오물오물 먹고.
과일도 깎아먹었지.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은 진한 커피로 마무리하고는.
또 이 닦기가 귀찮아 이번에는 고체치약을 우물우물.
물로만 헹구고는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잠듦.
아주 편안하다, 는 기분을 느끼며 가물가물 잠 속으로 빠짐.
사실 여름옷과 침구류 등을 정리해야 하고.
가을 물건을 꺼내야 하며.
미장원에도 가야 하고,
둘레길을 걷는다거나,
연휴 동안 하려던 계획이 있었는데.
남은 이틀 동안 해낼 것 같지 않네.
어둑하고,
오락가락 비 내리고,
선선한 날씨는,
꿀잠을 부르니.
긴, 긴, 일주일의 연휴,
나라가 쉬라고 정해준 일주일.
할 일을 멈추고.
걱정도 미루고.
생각도 안 할래.
그냥 쉬자.
푹 쉬자.
오늘도 자다 깨다.
먹다, 쉬다,
한껏 게으름을 피웠다.
텅 비어버린 몸의 곳간에 에너지를 채우자.
그래서 몸이 가뿐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면,
그때 바쁘면 되지 뭐.
내일도 빈둥빈둥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