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이었던 내 키 이야기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나는 키가 나중에 자랐다.

초등학교 때 키는 중간쯤이어서 중학교 입학한 3월,

교실 복도에 키 순서대로 주욱 늘어서서 매긴 번호가 70명 중 35번이었다.

또래 여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부터 쭈욱 키가 자랐던 것 같다.

중2 때 나는 70명 중 27번이 되었다.

몸도 깡 말라서 체구가 작은 축에 들었지.

학교 성적도 그렇고,

뭐든 바닥을 친 뒤에야 급격하게 발전하는 나는,

키가 작다고 대오각성 한 건 아닙니다만,

뒤늦게 폭발적으로 키가 자라더니 중3 때는 단번에 52번인가 54번인가?

친구들은 이미 성장을 마칠 때였고,

또 다들 열심히 공부하느라 에너지가 공부로 몰릴 때.

나는 매일 먹고 자기만 했었다.


고등학생 이후 여학생들은 대체로 성장이 둔화되는데,

나는 고 3 때 167, 대학교 입학 때 했던 신체검사에서는 168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학을 남녀 공학에 들어갔더니 나와 키가 비슷한 남학생들이 자기 키를 173이네, 172네, 그렇게 말하고.

나보다 한참 작아 보이는 여학생들은 자기 키가 165네, 166이네, 말하네.

그런 분위기에서 내 키는 168이요, 말해버리면,

완전 찬물 끼얹는 거 아니겠습니까?

나? 아마 170쯤. 정도로 얼버무리곤 했었다.


다른 학교 친구 중에 분명히 나보다 키도 크고 뼈대도 굵은 여학생이 있었다.

누가 봐도 나보다 큰데 자기는 168이라는 거다.

자연스럽게 나는, 흠, 아마 167쯤? 할 수밖에.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더라만.



정확한 내 키?

해마다 같은 병원에서 전자체중계로 키를 재는데 왜 수치가 오락가락하는지 모르겠다.

보아하니 168은 넘고 169는 안 되는 것 같다.

대학 들어간 이후에도 조금 자란 듯.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대체로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라서,

대한민국 여자라거나,

우리 부모님의 딸이라거나,

키와 몸무게, 생김새 등등

우열 여부를 따지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다.

나의 어떤 부분이 불만스러워서 이랬으면 좋았을 걸, 하지도 않고.

내가 다른 사람이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완전무결해서는 결코 아니고요.


언젠가 여자 동창이 나더러,

대학교 때 내 자세가 구부정했다면서,

키가 커서 부끄러웠나? 하는 거다.

엥?

자세가 안 좋았을 수는 있지만 내 키가 부끄러웠던 적은 없는데요?

그런데 그분은 왜 자기 키를 늘려서 말했을까...


몸무게에 얽힌 일화도 있는데,

요건 언젠가 나중에.

요 부분은 나이 들면서 다들 더 민감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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