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보낸 날들

내가 좋아하는 곳

by 기차는 달려가고

도서관 출입이 빈번해지면서 뜸해지기는 했지만,

책방, 즉 서점은 여전히 나의 최애 장소 중 한 곳이다.

모든 것이 흔들렸던 20대 한 시절을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집에서 가까운 책방에 다녔다.

서가 여기저기 한참을 둘러보다가,

문고판 소설 한두 권씩 사들고 돌아오곤 했었다.



우리 대학생 시절, 그러니까 7,80년대.

휴대폰도, 삐삐도 없던 그 시절에 종로 2가 종로서적은 만남의 장소였다.

출입문 앞에는 우두커니 서서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아니면 오후에 서점에서 책 읽고 있을게, 두리뭉실 약속을 잡아서 서가에서 책을 뒤적거리노라면,

숨차게 달려온 누군가가 계단을 뛰어오르며 사람들 사이에서 친구를 찾아내기도 했다.



대학가에는 꼭 대형 서점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그래도 대학생이면 자타공인 지성인이라는 환상이 있어서 수업에 필요한 책 말고도 교양 차원에서 책을 사고는 했었다.

또 인문학 서적만 취급하는 서점이 있었는데

(보통 이런 서점은 대학가 부근 구석탱이, 찌그러진 건물에 좀 불쌍한 모양새를 했다.)

군사정권이 제멋대로 금지시킨 책들을 몰래 공급하기도 했었다.

스릴 만점 시대였다고 할까?



그러다가 활자 시대가 가고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초중고생 참고서로 유지되던 동네 서점들이 싹 사라졌다.

대학가 대형 서점도 존폐 기로에 서게 되어 종종 매체에 보도가 되는 지경이니, 뭐.

번화가에 있는 대형 서점 몇 개는 문화의 상징으로 도서 판매 불공정 논란을 부르면서 그럭저럭 명맥을 이어갔는데.


나는 대형 서점을 돌아다니며 종종 내 책과 문구류를 사기도 했지만,

어머니와 함께 또는 조카들을 데려가는 놀이터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딸과 함께 서점을 빙빙 도는 시간을 애정 하셔서 괜히 CD도 여러 개 더 집으시고,

당신이 좋아하시던 우리나라 (지역 세부) 지도를 이것저것 사겠다 하셔서 딸은 어머니의 과소비를 말리기도 했었다.



지난 몇 년, 동네 작은 책방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단다.

서울만이 아니라 인구 적은 촌에도 개성 있는 책방들이 문을 열고,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여러 가지 기획을 의욕적으로 시도한다.

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책방 투어라는 새로운 놀이도 개발한다니.

와!

아직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정부 지원금이 책방을 지탱하는데 한몫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조용한 전원 마을 작은 책방에서는 숙박을 제공하는 곳도 있더라.

읍내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어두운 밤,

서가에서 고른 책 몇 권 곁에 쌓아 두고는.

뒹굴뒹굴 방을 구르며 밤새도록 책을 읽으러 기필코 책방에 가야겠다.

읽다가 눈 비비며 몸을 일으켜 마당으로 나가 기지개를 켜면서

밤하늘 반짝반짝 별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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