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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y 24. 2020

밥을 사 먹으면서.

음식에 관한 단상 21

봄이 지나가고 있다.

상황은 답답한데 시간만 빨리 흐르니  초조해진.

인생은 끊임없이 산에 산넘어가는 과정이고,

그런 시간을 잘 해내면서 더 나은 내가 되어왔지만.

유난히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쳤어, 파도타기는 이제 그만 하면 안 될까?

세상, 멀리서 바라만  싶어 진다.



원치도 않고 입맛에 맞지도 않은데 밖에서 밥을 자주 사 먹어야 했다.

도시락을 고 싶었지만,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도시락을 펼칠 곳이 없었다.


투덜투덜,

식당 순례 하면서 밥 사 먹는 입장, 밥을 파는 입장을 하는 기회는 되었다.

그래서 어설프나마 식당 순례에 따른 중간 보고서를 써볼까, 한다.


멋지고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식당 방문이 아니다.

밥을 먹어야 해서, 적당한 가격에, 그나마 깨끗하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실속 있는 식당을 찾아다녔다.



* 깨달음


끼니 해결을 위한 외식은 열량과 내용 모두 절대적으로 탄수화물에 의존하더라.

다이어트 식단이 강조되고 체중과 신체에 관심이 들 높아서 외식업에 반영되는가 했는데.

보통 밖에서 사 먹는 메뉴들,

, 냉면, 칼국수, 볶음밥, 짜장면, 김밥, 떡볶이, 비빔밥, 순댓국, 김치찌개, 만두, 카레라이스, 햄버거, 스파게티- 분량의 90% 이상이 탄수화물.


비용 좀 쓰거나 저녁 메뉴에 주로 등장하는 돈가스 정식, 무슨무슨 전골, 매운탕, 제육볶음, 불고기 백반, 피자, 스테이크 같은 고기나 생선 요리가 주메뉴인 경우에도

열량의 대부분은 탄수화물, 지방은 보조,

일부가 단백질과 비타민이더라.


에는 채소도 많이 오르고,

분명히 고기, 생선이 주메뉴이긴 한데

실제 흡수하내용으로 보면 쌀과 밀가루 분량절대적임.


비교적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식집 메뉴들은 msg 국물에 탄수화물을 말아먹는다고 봐야 한다.

그 가격으로 진짜 육수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 맛이라도 그럴싸한가?

식당 운영으골머리 앓는 사장님은 구매자 입맛까지는 신경 못 쓰심.



덧붙이면, 덜 익은 음식이 종종 나온다.

내 경험으로는 특히 칼국수가  번 그랬다.

익을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는지,

먹다 보면 적당히 익을 거라는 나름의 계산인지.

(국수들이 뜨거운 육수에 익어가기는 한다.)

사장님,

올이 굵은 칼국수는 다 먹을 때까지 안 익더라고요.

(한꺼번에 주문이 밀렸다든가, 이유는 있겠죠...)


겉멋이 잔뜩 든 음식이 보인다.

섣부른 외식업 컨설팅 회사의 손길이 스쳤나 보았다.

식품 모형 같은  좀...

내용이 중합니다.



그러면서 집밥을 돌아보니 집밥 또한 탄수화물 비중이 크더라.

흠, 식단 개혁이 필요하군.

(탄수화물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고, 편중이 심해서요.)



* 공상


식당이라는 곳이 나는 밥을 줄 테니 너님은 돈을 내세요, 

어차피 음식이라는 제품을 파는 곳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을 시작했다가도.

손님들이 이 밥을 먹고 오늘 하루를 살아가겠구나, 

매일 느끼게 되니, 

엄숙하게 '밥을 해 먹이는 사람'이 되어갈 것 같았다.

격한 장시간 노동으로 힘드실 텐데 정성스럽게 식당을 운영해가는 게 느껴지는 몇몇 분들.

대단하십니다.

받으세요.



맛집, 맛집, 한다.

많은 식당 주인들이 손님들에게서 '맛집'으로 인정받아 '잘 되식당'을 기대하겠지만,

모든 식당이 맛집이 될  없다.


식당 표시제라 할지, 식당이 지향하는 바를 공표해서 소비자의 선택을 도우면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이 식당은 가성비가 전부입니다.

 많아요.

삼킬 만은 합니다.


여기는 비싸요.

좋은 재료를 풍부하게 써서 제대로 음식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습니다.

음식의 질은 높지만 양이 적습니다.

인테리어나 서비스도 최소한입니다.


우리는 '폼생폼사'입니다.

모양, 색감, 인테리어, 그릇.

인스타 빨!



낯선 곳에서 상황마다 적절한 식당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설, 가격, 맛, 음식 내용 같은 여러 항목들을 객관적인 수치로 환산해서

식당을 구분하고, 평가하는 제도가 있으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았다.


흠,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크겠구나.

먹고사는 일은 이나저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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