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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n 02. 2020

적은 비용으로 차리는 밥상

음식에 관한 단상 23

내친김에 비용 대비 만족스러운 밥상에 관해 써볼까.

비용을 적게 들여 밥상 차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는데 나는 미식가 아버지, 입맛 까다로운 어머니의 자손으로 태어나고 자란 탓에...

일단 재료 선택에 난관이 있다.

싸게 살 수 있는 식재료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애당초 싸구려로 만들어진 재료는 안 맞을 때가 있...


나물 반찬만으로는 밥을 못 먹는, 고기 베이스 반찬에 익숙한 입맛이라서.

밥상에는 생선이나 고기반찬이 있어야 하고,

때마다 덩어리 고기를 먹어줘 .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들면서 나름대로 영양 균형이 맞는 밥상을 떠올려 보았다.



* 제일 먼저 볶음밥.


남은 밥 있고, 냉장고에 계란과 쪼가리 채소 있고, 김자반에 밑반찬 몇 가지 있으면 더 좋다, 는 선결 조건이 있지만.

짧은 시간에, 간단하고, 넣는 재료에 융통성이 크고,

대충 기름에 달군 팬에 재료 다져 넣어 들들 볶으면 먹을 만한 맛이 난다는 장점이 있다.

김치 넣으면 김치볶음밥.

참치 넣으면 참치 볶음밥.

양파, 당근, 호박 같은 채소에 계란만 휘두르면 채소 볶음밥.

거기에 다진 소고기라도 뿌리면 소고기 볶음밥.

새우, 조개류, 오징어, 닭고기, 멸치, 소시지, 햄.

모두 모두 O.K.

거의 모든 재료가 허용된다.

고추장 조금 넣어도 좋고, 

매운 고추 다져 넣으면 맛이 깔끔하다.

탄수화물 과잉 사태를 막으려면 채소, 계란을 충분히 넣자.

( 같은 재료로 죽을 끓일 수도 있다.)



* 미역국.


정성 들여 끓인 육수에 소고기나 광어, 가자미를 넣고 끓이면 물론 맛있지만.

그냥 미역과 간장, 다진 마늘만 들기름에 달달 볶아 푹 끓여 맛을 내더라.

간장과 미역, 들기름이 맛날수록 좋은 맛이 나겠지만 어지간만 하면 미역국은 맛있다.

한 솥 끓여서, 먹을 때마다 물 조금씩 넣고 끓여 먹미역국은 더 맛있다.



* 무 생채


김치가 떨어졌다, 앗.

무 생채면 걱정 뚝이다.

무 하나 사다가 채쳐서 무 생채 만들고.

나머지로 뭇국, 무 조림 만들면 며칠 밥상이 풍성하다.

무 조림에 고기 넣으면 장조림!



* 두부 반찬


두부는 그래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영양가 있는 식재료다.

데쳐서 간장 찍어 먹고, 김치랑도 먹고.

살짝 기름 둘러 구워 먹고, 옷 입혀서 전 부쳐먹고.

다른 재료와 함께 동그랑땡, 고추전, 버섯전, 깻잎전, 만두에도...

거의 모든 국과 찌개, 전골에 넣고,

기름에 구워서는 양념 국물에 조리거나 볶음 요리에 넣어도 좋고.

육류, 해산물, 어떤 재료와도 맛이 나며.

간장,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굴소스 등 다양한 양념에 잘 어울린다.

만능!



* 당면 볶음


당면으로 만드는 대표 음식으로 잡채가 있는데.

보다 간편하게 볶음을 만들 수 있다.

당면은 자체적으로는 별다른 맛이 없고 양념이 배어야 맛이 나는데, 시간이 걸린다.

물에 불린 당면을 끓는 물에 데쳐서,

양념으로 간을 맞추면서 양파, 배추, 당근, 소고기, 호박 또는 새우, 오징어 같은 다양한 재료를 함께 볶는다.

다양한 양념이 모두 어울린다.

당면에 김가루와 계란 지단만으로 만드는 깔끔한 볶음도 좋아요.

챔기름+ 깨소금= 뭔들 맛이 없을까!



* 밀전병


토르티야, 롤, 타코, , 월남쌈, 부리또...

지역은 다르지만 모두 단순하게 밀가루 반죽을 구워서 여러 재료를 싸 먹는,

우리나라 밀전병과 비슷한 음식이다.

있는 재료 활용에 좋고,

넣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나는 병아리콩을 좋아해서 밀전병에 삶은 병아리콩, 삶은 감자, 졸인 양파에 매콤한 고추, 불고기 넣어서 잘 먹는다.



* 계란 버섯볶음


흔한 계란을 버섯과 같이 볶으면 맛있다.

팽이, 새송이, 표고, 느타리 등 버섯은 모두 이용 가능.

말린 표고버섯 한 봉지 사두면 (싸지는 않지만) 요모조모 요긴하게 먹는다.



* 보리차


보리차 한 봉지면 한 달 끓인다.

우엉차, 옥수수차, 결명자차 등 집에서 끓여 먹는 여러 가지 차가 있는데 보리차가 가장 싸고 마시기에 거부감이 적다.

구수하니 겨울에 집에서 보리차 끓이는 냄새 좋음.



비용을 줄이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재료를 싸게 사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버리는 재료가 없어야 한다.

먹는 입이 적은데 버리는 식재료를 줄이려면 계속 이어서 집에서 음식을 해야 한다.

한두 번 밖에서 음식을 먹다 보면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이 시들시들해지다가,

결국 버리게 되고.

그 뒤로는 장보기에 망설이게 되고,

냉장고에 식재료가 없으면 할 수 없이 사 먹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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