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외출이 없으면 동네라도 나간다.
운동 삼아 걷기라도 하려고.
더운 낮에는 집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해 질 무렵 기온이 좀 떨어지면
느릿느릿 동네 성당을 한 바퀴 돌고,
길을 따라 걷다가 마지막에는 마트에 들러 먹을 것을 조금씩 샀다.
가급적 매일 나가려 했다.
늘, 나가는 순간까지 나가지 않을 핑계를 찾는다.
쨍쨍 볕이 뜨거운 바깥 날씨를 바라보고,
휴대폰으로 치솟는 기온을 체크하고,
오늘도 어딘가 편치 않은 내 몸 상태를 속삭인다.
뼈가 뻐근한걸, 근육이 여전히 부들부들 떨려, 그렇게.
일단 나가면 꽤 멀리까지 걷기도 한다.
잘 모르는 동네를 돌아다니는 일은 즐겁다.
동네 구경을 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한 모습을 짐작해본다.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좁은 골목을 들어가 보기도 하고,
갈 때마다 다른 카페에, 식당에 들르기도 한다.
집에 오는 길에는 폐장 시간이 가까워오는 마트에 들어간다.
늦은 시간에는 과일이나 채소를 할인한다.
얼마라도 싸게 산 식료품은 나를 기쁘게 한다.
그렇게 어둑어둑해지는 여름날 저녁,
먹을 것을 담은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온다.
겨울에는 못 하는 여름날의 프로그램이다.
오늘은 너무 더웠다.
낮과 밤이 일정치 않은 나는 이른 아침에 동네를 나가볼까, 하다가.
미적미적.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중간중간 잠이 깼지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나갈 때 씻고 나가는데,
돌아와서 다 씻고 말려야 하는 뒤처리가 귀찮다.
날이 더우면 다 귀찮아.
당장 냉장고에 과일은 있으니까.
식량 창고는 텅텅 비어 있지만,
내가 지금 당장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아 그렇지,
찾아보면 이것저것 먹을 것은 있으니까.
오늘은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씩이나 하면서.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는데 어쩌지.
뭘 해야 하나, 뭘 할 수 있을까.
치고 올라오는 걱정, 근심을 지그시 눌러 버리기로 한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하자.
지금은 너무 덥다.
후, 앞으로 석 달은 더 더울 거다.
어찌 지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