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왔다.
오늘은 끝났구나.
휴...
그냥저냥 무사한 날이었다.
쏟아지는 비를 맞지도 않았고, 더위도 견딜 만했다.
심장이 철렁한 일도, 오래갈 만한 불쾌감도 없었던.
밥도 무난하게 먹었고, 약도 빠뜨리지 않았다.
소화도 괜찮았어.
꽤 다행스러운 날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내 마음은 개운치 않고 뿌연 무엇이 안개처럼 뒤덮고 있다.
누워서 어떤 분의 블로그를 본다.
오랜만의 글이었는데.
자식들 하는 일이 모두 코로나 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서.
당장 생활비가 떨어진 건 아니라지만 앞날은 알 수 없다고.
마음에서 걱정, 근심을 내려놓지 못해 괴롭다고 썼다.
도와줄 형편이 아니고,
자식들에게 폐 안 끼치는 것이 희망인데.
기도도 위로가 안 되고,
욕심부리지 않으려 살아온 자신의 삶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살면서 내려놓을 수 없는 것, 불안.
내가 딛고 있는 이 발판이 결코 반석이 아니고.
출렁출렁 흔들리면서 벼랑으로 밀려가는 파도 위의 조각배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뒤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해맑았던 시절로는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
가끔 이제는 반석 위에 오른 게 아닐까, 순간 들뜰 수는 있겠지만.
끊임없이 버둥거리지 않으면 벼랑으로 밀려나서 어떤 고통을 겪을지 모른다, 는 불안을 떨치기는 힘들다.
작고 순간적인 안도감에 감사하려 한다.
그러지 않으면 괴로움이 존재를 뒤덮어버리기에.
훌륭한 사람은 그 불안을 동력으로 불안을 뛰어넘을 것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나이가 들어도 유효하다.
다만 훌륭함의 내용이 달라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