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며칠 병원에 입원했다.

코로나 19로 면회객이 허용되지 않아 병동이 조용해서 좋았다.

병상에 누워 추적추적 비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려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바람이 좋아서 잠깐 창문을 열어 두기도 했네.


보호자로 병원에 들락거리다가 환자로 자리에 누우니 환자로서의 불편함이 느껴져서,

오랫동안 병상에 계셨던 어머니 생각을 했다.

내가 환자로 병원에 누웠던 경험이 있었으면 어머니의 고충을 더 이해했을 텐데.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남았다.



중환자가 많은 병동이었다.

무표정한 환자들은 병색이 짙은 얼굴로 비틀비틀 복도를 지나갔다.

예상보다 퇴원이 미뤄지면서 혹시 준비한 물건이 모자라 질까?

누구한테 부탁해서 내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무리 내가 독립적이고 자립적으로 살아간다 해도,

죽은 뒤에는 나와 내 흔적이 다른 이들의 손에 마무리되겠지.

나에게는 다 의미가 있고 필요했으며 소중했던 삶의 자취들이,

그저 쓰레기로 처리되겠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고 몸이 쇠약해지면 기운이 달린다. 따라서 의욕도 모자라니 제때에 정리정돈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쓰지 않는 물건까지 들고 있으면 짐은 갈수록 늘어난다.

노인들이 사는 집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쌓여 있다, 고들 한다.



깔끔하게 살고 싶다.

마지막까지 깔끔하고 싶다.

정말이지 정신이 맑고 정리할 기운이 있을 때

매일매일 정리 정돈을 습관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나와 삶을 함께 해온 꼭 필요한 물건만 남아서 나의 친척들이 내가 떠난 집을 둘러보며,

누구 다운 집이로구나, 하면 좋겠다.


혹 쓸만한 물건이 있으면 제주인을 찾아가고.

쓰레기는 적게 나오게 해야겠다.

문득 나이가 실감이 나고.

오늘 미루면 내일,

정리정돈은 더 힘들어진다, 는 사실을 명심하자.



노후 준비로 돈과 건강을 꼽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못지않게 가치관, 마음가짐, 정서 문제가 중요하다.

쇠약한 몸으로 추락하는 사회적 지위와 인간관계의 단절을 견뎌야 한다.

존재를 튼튼히 하는 노력을 더해야 한다.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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