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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01. 2020

한식의 전통

음식에 관한 단상 33

여러 번 글에 썼듯이,

요리 솜씨가 좋을뿐더러 음식 만드는 모든 과정에 철저하셨던 어머니는,

이 갈수록 식을 싫어하셨다.

딸의 음식 솜씨가 뛰어나지도 않으며,

상에 올리음식의 폭이 넓지도 않아서 매양 그 밥상이 그 밥상이었는데 말이다.


문제는 나도 그렇다는 점이다.

밖에 나가 있다 보면 외식을 하게 되는데 남기지 않고 꾸역꾸역 먹기는 하지만.

눈을 감으려 해도 자꾸 눈에 거슬리는 점들이 보인다.



계급을 따지는 건 결코 아니다.

오해를 부를까 조심스러운데,

지금 우리 음식은 지나치게 가성비를 따지면서 오직 서민음식만이 시중에 남았다.

서민음식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림책 속의 궁중음식을 제외하고는 중산층의 가정요리는 거의 사라지고,

서민음식에 기반한 상업화된 음식이 한식의 표준이 되어버렸다.


빠듯한 생활과 고단한 노동에 쫓기던 일반 사람들이 바쁘게 만들어 먹던 서민적인 한식도 우리의 중요한 전통이고.

비교적 생활이 안정되어 전업주부가 살림에 몰두할 수 있었던 중산층의 한식도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가정에서도 비용과 외형을 강조하는 상업적인 음식이 한식의 모든 것인 양 압도적인 권력을 갖게 되면서,

공들인 가정요리의 전통은 존립은 위태로워 보인다.


주로 상견례나 어르신 생신 모임이 열리는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깔끔한 한식을 내기는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가격의 한계 안에서 음식 자체보다는 인테리어, 그릇, 모양에 비중을 두는 느낌이다.

식당 입장에서는 요리보다 사해 보이는 밥상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따르게 되어 있으니,

그들만 탓할 건 아니겠지.



생선이나 고기, 채소 등 식재료 손질이 너무 거칠다.

생선은 내장은 물론 아가미의 근막, 피를 모두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서 요리를 해야 비리고 쓴맛이 없다.

닭고기는 내부의 핏물과 어마어마한 기름기를 거의 긁어내야 맛도 깔끔하고 건강에도 이롭지.

버섯도 물로 씻어야 한다고 버섯 재배하시는 분이 말씀하셨다.

채소도 하나하나 흐르는 물에 씻어주세요.


손이 한번 갈 때마다 비용이 추가되니 늘 가격 압박에 시달리는 업주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식당 음식은 어디까지나 상업적인 이윤 추구가 목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집에서는 식당 음식처럼 음식을 만들 이유가 없다.



가정 요리는 적은 양의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손질을 더하고 몇 번 더 씻는 것을 습관으로 해버리면,

꼼꼼한 재료 손질도 어렵지 않다.

양념은 적게 쓰는 재료라 좀 비싼 것을 써도 전체적으로 보면 비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맛은 지출 차이보다 훨씬 좋아진다.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이 여름이 지나면 나라도 재료를 풍부하게 써서 집에서 직접 만두와 김치를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우리 '외할머니의 김말이'- 동그랑땡처럼 고기, 두부, 채소가  들어간-도 만들어야지.

언제부터 당면만 들어간 김말이가 전부인 것처럼 되어버렸는지,

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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