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여름은 간다.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다사다난했다.

조용한 날이 없었네.

한낮의 작열하는 햇빛과 지겨운 막바지 더위는 질질, 뒤끝을 보이겠지만.

어쨌거나 힘들었던 여름의 기세는 곧 꺾인다.


잠깐의 아름다운 가을에 마음을 놓다 보면 금방 길고 긴 추위를 걱정하게 되겠지.

여름이 끝나면 한 해가 다 간 것 같다.

추석까지 지내고 나면 이루지 못한 올해의 계획은 내심 포기 상태가 된다.

미련이 남은 나의 소망은 다시 내년으로 넘기면서,

아마 나는 2021년의 별자리 운세를 이리저리 찾아다닐 것이다.



올여름 나는 거의 무채색의 반팔 면 티셔츠와 면 스커트, 면바지로 지냈다.

젊을 적에는 옷을 좋아했지만 나이 들면서 편한 게 제일이다.

옷은 입어서 몸이 먼저 편해야 하고,

관리가 쉬워야 한다.

특히나 땀이 배어 자주 세탁기에 들어가는 여름옷은.

물론 가격도 착해야지.


여름이 오기 전, 그리고 여름옷을 할인하는 요즘.

그러니까 올해는 다양한 가격대의 면 티셔츠를 열 장 정도 샀다.

흰색, 회색, 카키색, 남색 같은 무채색들이다.

좀 값이 나가는 옷은 멀리 나갈 때 입고,

그냥 보통의 면 티셔츠는 가까이 다닐 때 줄곧 입는다.

여름 한철 번갈아 입어대고 빨아서 모양을 잃은 면 티셔츠들은,

이제 여름이 끝나면 실내복으로 신분을 바꾸겠지.



수십 년째 나의 실내복은 거의 비슷하다

여름에는 짧은 면바지와 낡은 면 반팔 티셔츠.

추워지면 점차 바지와 셔츠의 길이가 길어지다가,

두툼해지다가.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상의로 카디건을 걸친다.

하여간 비슷한 패션이다.

일 년 내내, 수십 년 동안을.

허리 굽은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도 달라지지 않을 듯.


그러고 보니 나는 이른바 '마담 스타일'이라는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

대학생 때부터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계속 입고 있다.



인생의 여름이 가고, 가을도 보내고, 겨울이 오고 있는데.

옷은 여전히 봄에 입던 그 스타일이로구나.

젊을 때는 답답해서 머리카락을 잘 기르지 못했었는데,

뒤늦게 찰랑찰랑 긴 머리를 꽤 오래 하고 있다.

하도 머리를 질끈 묶어대니까 가는 미장원마다 머리를 풀어 보라고 한소리들 하신다.


몰라.

그냥 이게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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