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내 손이 가는 곳은,
과자, 사탕, 감말랭이가 들어있는 대바구니.
나 어릴 적부터 쓰던 낡은 대바구니를 버리는 대신 어머니는,
옅은 분홍빛 한지를 여러 겹 안팎으로 발라서 새 바구니처럼 만드셨다.
부엌에서 쓰는 색색의 조각보는,
이불 커버 만들고 남은 갑사 쪼가리들을 어머니가 색실로 지그재그 이어 박은 것이다.
줄무늬 낡은 시트도 어머니 손에서 나온 것이고.
매듭 노리개도.
헝겊 덧버선도.
주머니도,
컵 받침도...
집안 곳곳에는 어머니가 만들어낸 물건들이 있다.
우리 어머니는 음식 솜씨뿐만 아니라 바느질 솜씨도 좋으셔서.
어릴 때 우리 옷과 모자를 재봉틀로, 뜨개질로, 손바느질로 직접 만들어 주셨다.
또 커튼부터 이부자리, 방석 같은 집에서 쓰는 모든 것을 어머니는 직접 만들어 내셨다.
만들기만 잘 한 건 아니다.
씨앗부터 움을 틔워 꽃도, 열매도 잘 키워내시고.
고추도, 상추도 잘 키워내셨다.
윤이 반질반질 흐르던 우리 집 화분들을 떠올린다.
고장 나고 부서지고 불편한 게 생기면 어머니는,
곧장 망치를 찾고 드라이버를 꺼내 두 손 걷어붙이고 나선다.
집안일, 손으로 하는 일에는 움찔 뒤로 물러서는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되든 안 되든,
직접 벽에 페인트칠도 하시고.
두꺼비집도 열어보고 다리 빠진 의자도 고쳐보고 그랬다.
만들고 고치고 키우는 일만 잘하셨던 게 아니다.
손끝이 여물어서 어머니 손길이 지나가면
빨래를 개도 각이 딱딱 잡히고.
서랍에 넣은 물건들도 반듯반듯했다.
야무진 손과 미적 감각과 열정의 콜라보.
매번 성공만 하는 건 아니었는데,
실패를 하더라도 의욕이 꺾이는 일은 없었다.
어머니는 만들고 고치는 행위를 진심 좋아하셨다.
만드는 그 시간, 만들기 위해 궁리하는 과정을 사랑하셨다.
당신 마음이 내키는 그것에,
이해득실은 따지지 않고,
온 마음과 힘을 쏟아붓는다.
대충대충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마지막까지 완성도를 높인다.
내가 손을 댄 것에는 최선을 다한다, 는 것이 당신의 자존심.
마음이 시끄러우면 어머니는 일거리를 잡았다.
재봉틀을 돌리거나 바늘 한 땀 한 땀 실로 누비거나.
하염없이 곰국을 끓이고.
새 이불을 꾸미고.
대청소를 시작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행위에 몰두하다 보면 부글거리던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고 마음속 괴로움도 조금씩 사그라졌다.
아이를 불러 새로 만든 옷을 입히고.
좋다고 팔짝팔짝 뛰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을 어지럽히던 울화와 근심을 그럭저럭 한고비 넘기셨겠지.
그렇게 조용히 당신의 마음을 가누었다.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기능을 거의 잃은 당신의 손을 움직이셨다.
손톱, 발톱은 스스로 깎고.
걸리적거리는 잠옷을 수선하고.
곱게 머리를 빗고.
당신이 89년 살아온 그 자세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까지 견뎌내셨다.